[블로거 기자단-햇빛창공] 삶고 껍질 벗기면 보들보들 … 섬유질 촉감도 좋아

지난 봄에 파종했던 수세미가 많이 열려 풍년입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하나만 따 달라고 하면 냉큼 따주고도 남은 것이 어찌나 많은지, 몇 년은 천연수세미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수세미 씨앗을 많이 파종해서 이리저리 이웃에게 모종을 나누어 주었더니 받은 분들이 좋아하십니다.

저희 집은 수세미가 타고 올라갈 수 있도록 옥상에서 다섯개의 줄을 내려 수세미를 붙여 놓았는데 덩굴이 얼마나 잘 타고 오르는지 나중엔 옥상까지 수세미가 열렸습니다. 내년엔 뒷산 어귀에 심어야겠습니다.

"도깨비방망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커다란 수세미를 보고 아들은 도깨비방망이라고 합니다.

제대로 영글기도 전에 성질 급한 제가 현관 앞에 매달려 있는 수세미를 한 개 따서 껍질을 벗기느라 낑낑대고 있는데 어머니가 지나가시며 한마디 던지십니다. "삶아야지~"



가마솥에 장작불이 지펴지면 뭔가 특별한 음식이 만들어지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음식이 아니라 수세미를 삶기 위해 커다란 가마솥이 걸린 아궁이에 불을 지폈습니다. 가득 채우고도 수세미가 남아서 두 번을 삶아내야 했습니다.

불을 지핀 지 얼마나 흘렀을까요. 육중한 가마솥 뚜껑이 한숨을 토해내기 시작합니다. 딱딱해서 벗겨내기가 만만치 않았던 수세미 껍질이 삶고 나니 흐물흐물 해져서 고무장갑을 끼고 대충 주물러도 벗겨집니다. 이렇게 쉬운 걸 껍질 벗겨내느라 손톱 빠질 뻔 했습니다.

잘 마른 뽀얀 수세미가 근사합니다. 빳빳하게 잘 마른 수세미를 가려운 등에 한번만 스쳐도 시원합니다. 내년에 심을 씨앗은 삶기 전에 미리 챙겨두었습니다. 주위에서 심겠다고 씨앗을 달라는 분들이 많습니다.

사용하기 좋게 적당한 크기로 자른 천연수세미에 물을 적시고 거품을 내 봅니다. 거칠던 수세미의 섬유질이 물에 젖어 보들보들한게 촉감도 좋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크고 튼실한 수세미가 좋을 듯해서 커다랗게 영글 때까지 두었었는데 크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닌가 봅니다. 크고 질긴 수세미는 가마솥을 닦을 때 쓰고 작고 보들보들한 수세미는 주방에서 그릇을 닦을 때 쓰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내년엔 수세미를 심어 효소도 만들고 수액도 받아 볼 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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