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노근호 충북테크노파크 정책기획단장

인천시가 들떠있다. 그동안 침체를 면치 못했던 송도지역 부동산 시장도 살아날 조짐을 보인다. 국제기구인 녹색기후기금(GCF)을 유치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성과로 우리나라가 얻는 유·무형의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한다. 초대형 글로벌 기업 하나가 입지하는 것과 맞먹는 경제적 효과 외에도 부수적인 회의, 관광, 숙박, 금융서비스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또 우리 기업이 앞으로 기후변화 관련 프로젝트 정보를 획득하고 참여하는데 훨씬 유리해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충북 입장에서는 부럽기만 하다. 지난 9월 25일 예비 지정된 충북경제자유구역의 롤 모델로서도 손색이 없다. 충북경제자유구역추진기획단이 발족되면서 쾌적한 외국인 정주여건 조성을 위한 의료기관·대학, 외국 기업 및 기관 등의 유치 전략 수립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제 출발점에 선 것이다. 국내 이미 지정된 경제자유구역들은 물론이고 세계적인 클러스터들과의 무한경쟁에서 기대하는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충북만의 특장점을 극대화해야 한다. 요즘 회자되는 '니치버스터'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니치(Niche)'는 틈새를 뜻한다. 경영·경제학자들에 의해 주로 사용되던 이 용어가 '블록버스터'와 결합되면서 '니치버스터(Nichebuster·틈새시장 주도제품)'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단지 주류의 틈바구니에서 생존하기 위한 방편으로서가 아니라 향후 기업과 조직, 사회 모든 분야에서 니치가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는 새로운 환경이 도래했음을 의미한다.

세상의 룰을 바꾸는 특별한 1%의 법칙이라며 등장한 '마이크로트렌드'도 유사하게 인용된다. 21세기는 메가트렌드가 아닌 1%의 틈새트렌드가 이끌어가는 시대이며 그들이 만들어내는 소비시장은 지금껏 깨닫지 못한 블루오션임을 강조한다. 오늘날 급속히 바뀌는 생활양식과 인터넷 환경, 의사소통수단의 다변화, 글로벌 경제체제 등으로 인해 대중은 더욱 다양한 요구를 하고 있고 기업은 여기에 신속히 대응해야 한다. 이것이 니치버스터가 주목받는 이유이다.

니치 시대 승자는 다수 소비자가 아닌 소수 충성고객을 양산한다. 애플이 대표적이다. 애플의 성공이후 혁신은 이제 추상적이고 모호한 개념이 아니라 기업의 수익이나 지역발전과 직결되며 투자를 모으고 고급인력을 끌어들이는 실질적 가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IT=하드웨어' 등식에서 윈도와 오피스 프로그램으로 'IT=소프트웨어'라는 새로운 등식을 만들어냈던 상징적 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를 단숨에 뛰어넘은 것이 애플이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잇달아 히트시키면서 '플랫폼 비즈니스'의 출현을 알렸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조화시키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를 연 것이다.

얼마 전 월스트리트저널은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도 스마트 기기라면 기꺼이 지갑을 여는 전 세계의 소비트렌드를 보도한 바 있다. 이러한 흐름의 최대 수혜국 중 하나가 우리나라다. 최근 셀트리온과 근화제약은 제약·헬스케어 관련 기업들로 해당 사업이 향후 노년인구 급증과 함께 큰 성장이 예측되면서 일본 오릭스코퍼레이션과 다국적 제약사인 알보젠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해 관심을 모았다. 아무리 불황이라 하더라도 소비자와 투자자가 주목하는 시장은 있게 마련이다.

21세기의 주류를 다시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크리스티안 케텔스 교수는, 산업적 측면에서, 중소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실리콘밸리 모델이 한국에 단순 접목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IT, BT, 자동차 또는 식품 등의 산업클러스터는 고립돼 있지 않고 같은 위치에서 다양하게 존재할 때 성공가능성이 더 높다는 점도 언급했다.

충북에는 IT기반의 신재생에너지, U-헬스케어 등 융복합산업과 맞춤형 치료제 개발 등 제약산업을 선도할 클러스터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 따라서 현재 기반을 '블록버스터型'에서 '니치버스터型'으로 육성해가는 틈새의 발굴·확장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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