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만나다] 서은애 作

지금껏 그려왔던 세계는 몽환(夢幻)의 정원과도 같았다.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 오래된 삶과 우연히 마주칠 수 있는 환상의 공간. 이제 그 정원을 비추던 명료한 빛 사라지고 남겨진 간략한 형상 뒤로 검은 그림자의 조각들이 일렁대며 내려앉는다. 사라질 것은 사라지고 남을 것은 남았다. 세세한 것들을 감춤으로 인해 오히려 드러나는 요체(要體). 흐릿한 어두움 속에서 감추어지는 것과 드러나는 것. 하나로 뒤섞여 분명하게 가늠할 수 없는 실존과 허상. 그 차가운 경계를 부드럽게 허무는 그림자의 세계. 놀랍도록 포용적이며 경외스럽도록 안온한 잔영(殘影)의 세계. 물결처럼 출렁이는 그림자의 흔들림을 쫓아 몽환의 정원, 그 신비로운 비밀 속으로 한 걸음 스며들어 들어간다. 잔영(殘影)의 세계. 그 몽롱한 아름다움.

▶약력 = 1993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졸업, 1996 동 대학원 졸업, 1997 中國 北京 中央美術學院 판화과 연구과정 수료, 2009 이화여대 조형예술대학 동양화전공 박사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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