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전 스승과 제자로 인연 … 평생 예술 동반자 남편 '시방아트'·아내 이주여성 인물화 확장 꿈

벽 하나를 사이에 둔 작업실에서 각자의 색깔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이창수(40)·이은정(36) 예술가 부부가 전시를 열고 있다.

아내 이은정 작가의 여덟 번째 개인전이지만 이창수 작가가 전시관 대관부터 전시기획서 작성, 작품 디스플레이 등 전시기획을 도맡아 부부의 공동작품이나 다름없다.

이은정 작가의 '충돌과 사라지는 것에 대한 기록'전이 열리고 있는 충북문화관에서 만난 부부는 따뜻한 부부애를 과시했다. 이 전시는 이주여성과 그 자녀의 인물화를 통해 그들이 겪는 문화적 충돌과 갈등적 요소를 보여준다. 특히 몽환적이고 흐릿한 회화기법이 이주여성들의 문화적 차이를 부각시킨다.

"제 작품에 대해 남편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작품의도를 정확하게 알고 있으니까 남편의 전시기획과 작품디스플레이를 통해 제 작품이 더 돋보이는 것 같아요. 남편에게 늘 감사하죠."(이은정)

11년만의 전시. 이은정 작가도, 이창수 작가도 남다른 신경을 쏟았다. 이은정 작가는 청주지역 베트남·일본·미국 이주여성들을 직접 만나 여러차례 인터뷰를 했고 사진촬영을 했다.



"이주여성들을 만나보니까 이주여성들이 모국의 언어와 문화 등을 가지고 왔지만 한국에서는 그것들을 버리고 살잖아요. 한국에서 살고 있지만 아직 동화되지 못한채 이방인으로서 외롭게 살고 있는 거죠. 그 자녀들도 어려움은 마찬가지구요. 그림 배경에 붉은 가시와 소리나는 방울을 등장시켰는데 이방인들이 느끼는 낯설음, 아픔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거에요. 흐릿하게 그린 건 자세히 들여다봐야 그들을 제대로 볼 수 있다는 걸 나타낸 것이고."(이은정)

"충북이 전국에서 이주여성이 가장 많대요. 이주여성에 대한 이야기이니까 충북도지사 관사였던 곳에서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충북문화관을 선택했죠. 새로 생긴 공간이라 홍보의 아쉬움은 있지만 전시공간의 특수성과 작품과의 스토리가 잘 연결된 것 같아요."(이창수)

결혼 8년차의 부부는 20년전, 스승과 제자 사이로 만났다. 이은정 작가가 고1때 미술을 배우기 위해 미술학원을 찾았고 당시 4살위 이창수 작가로부터 1년간 미술을 배웠다. 그리고 5년뒤 우연하게 다시 만나 5년간 연애끝에 웨딩마치를 올렸다.

"당시 미술선생님이었던 남편의 독설이 좋더라구요. 할 말을 다 하는 게 시원시원하고 재밌었어요."(이은정)

'독설 예술가'로 통하는 이창수 작가는 올해 3월 청주지역 예술잡지 '시방아트'를 창간했다. 혼자 아이템 기획·취재·기사작성·편집·배포 등을 도맡아 하고 있고, 각종 토론회 발제 등으로 유난히 바쁜 한해를 보냈다.

"올해의 성과라면, 지역 예술계가 정화됐다고 할까요. 예전의 충북 예술계는 몇몇 '노인작가'들이 하고 싶은대로 다 했다면 '시방아트'를 계기로 '젊은작가'의 눈치를 보게 된 것 같아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지역 예술계는 발전하는 거죠."(이창수)

내년에는 '시방아트'를 대구, 순천 등의 지역예술잡지와 연대해 전국으로 확산시키고 내용적으로 더 '두껍게'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은정 작가는 이주여성 인물화 를 더 견고하게 확장할 생각이다.

"2014년이 동학 120주년이라 요즘 동학혁명과 관련된 작업을 하고 있어요. 과거의 대중과 현재의 대중의 정신적 교류를 작품으로 옮기고 있습니다. 2014년에는 저도 일곱번째 개인전을 하지 않을까 기대해요."(이창수)

이창수·이은정 부부가 만들어내는 예술혼이 따뜻하다. / 김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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