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청주박물관에 630점 기증한 김연호씨

"'준 것은 남고 가진 것은 없어진다'. 기증하면서 제가 가지는 마음이자 신념입니다. 유형이든 무형이든 내가 베푼 것은 남게 마련이죠. 제가 기증한 유물들도 국립청주박물관에 오래 남아서 충북도민들을 만날 거에요.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국립청주박물관에 유물 630점을 기증한 김연호(61·제천진주동물병원장)씨가 24일 충북도민대상을 수상했다. 김씨는 사비를 털어 수집해온 유물을 1991년부터 2002년까지 4차례에 걸쳐 국립청주박물관에 기증했다. 충북지역의 문화재가 타지로 뿔뿔이 흩어지는 데 대한 안타까운 마음에서였다.

"현재와 과거를 이어주는 것이 문화재인데 기증만이 문화재를 살리는 길입니다. 개인이 문화재를 관리·소장하기는 어려움이 많아요. 박물관에서 관리해주고 문화재가 사람들을 만날 때 그 가치가 빛나죠."

국립청주박물관은 유물기증자의 뜻을 기리기 위해 기증전시관을 새로 만들어 지난 21일 개관했다. 전체 기증자 48명으로부터 받은 유물 2천500점중 270점을 선보이며 그중 김연호씨 기증유물이 가장 많은 50점을 차지한다.



"문화재는 멀리 떠나면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충북권의 청주국립박물관에 기증하게 됐어요. 애지중지해왔던 유물들을 기증하고 나니 노예같았던 감정에서 해방되는 기분이랄까요. 누가 훔쳐갈까 파손될까 싶어 그동안 집도 못 비웠었죠."

김씨가 기증한 630점중에는 도자기, 금속공예품, 고문서, 회화, 토기, 민속품 등 다양하다. 특히 고려청자중에는 비교적 이른 시기에 제작된 청자대접과 청자화형접시 등이 있고, 분청사기는 다양한 문양기법으로 제작된 병, 대접, 접시, 합 등이 있고 글자가 새겨진 것도 있다. 백자는 조선 중기 이후의 것들이다. 경남출신으로 1976년 제천시청 7급 공무원으로 제2의 고향 제천에 둥지를 튼뒤 36년간 유물을 부지런히 모았다. 특히 제천지역에서 출토되고 제천지역 씨족들이 갖고 있던 유물이 대부분이다.

"대학때 불교활동하면서 절에 자주 갔다가 문화재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조상들의 혼이 실린 문화재가 참 매력적이더라구요. 76년 대학졸업하면서부터 수집하게 됐어요."

유물을 사기 위해 온갖 애를 썼다. 결혼예물 금팔찌를 85년 당시 40만원을 받고 팔아 민화그림 1점을 샀고, 고려청자 탁잔이 사고 싶어 살던 집을 담보로 대출받기도 했단다. 제천분청사기 가마에서 구웠을 것으로 추정되는 '분청대발' 1점을 사기 위해 지금 돈 150만원을 쏟아붓기도 했단다.

"유물 사느라 저축이라는 걸 못했어요. 보험에 들었다가도 수시로 해약했고. 지금도 보험이 없어요. 골동품도 중독이어서 매력에 한번 빠지면 헤어나기가 어려워요."

그의 소망은 제천에 한국고승유묵전시관을 세워 운영하는 것. 현재 전시관을 채우기 위해 한국의 큰 스님들이 남겨놓은 글씨나 그림 등을 모으는데 주력하고 있다. / 김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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