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신용보증기금 청주지점 김현기씨 '맥가이버'처럼 '뚝딱' …기술 재능기부

"저 같은 사람은 돈을 많이 기부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제가 가진 재능이라도 기부해야죠. 제가 잠깐만 시간내서 고장난 보일러, 수도시설 고쳐주면 어려운 이들은 두고두고 편하고 또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잖아요."

엄동설한의 맹추위속에서 고장난 보일러, 얼어터진 수도 등을 기술기부로 해결해주는 이가 있다. 신용보증기금 청주지점 김현기(48·22년차) 시설과장은 장애인과 독거노인들의 보일러, 전기, 수도, 화장실, 조명 등을 손봐주고 있다. 거의 '맥가이버' 수준이다. 기술기부는 물론이고 후원금 기부, 사비를 털어 보일러 설치, 싱크대 후원, 장애인 경사로 설치 등도 해주고 있다. 2009년부터 4년째다.

"제가 가진 기술이 어려운 이들에게는 큰 힘이 되는 것 같더라구요. 제가 가진 장점과 장비를 활용할 수 있는 봉사여서 더 뿌듯해요. 집에 손볼 거 있으면 얘기하세요."

그가 갖고 있는 기술자격증만 11개. 보일러산업기사, 가스용접기능사, 전기용접기능사, 고압가스냉동기계 기능사, 위험물관리기능사 등이 그의 자산. 이 기술자격증들은 다양한 봉사활동에 요긴하게 쓰인다.

청원군 오창 장애인가정에 전기 온열판넬 공사를 갔다가 화장실이 없는 걸 보고 화장실을 만들어줬던 일, 미원면 산골마을에 수도배관이 터져서 하루종일 땅파서 해결했던 일, 장애인 가정에 보일러수리갔다가 휠체어 경사로까지 만들어준 일 등 잊지못할 기억들이 떠오른다.

"더불어 사는 거잖아요. 어려운 사람들의 손도 잡아줘야죠. 어려운 사람도 있고 도와주는 사람도 있어야 사회가 잘 돌아가죠. 봉사는 제겐 기쁨, 누군가에겐 희망입니다."

봉사와의 인연은 작은 것에서 시작됐다. 2009년, 회사에서 연차를 쓰라고 해 여행을 갈까 생각했다가 9일간 봉사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때부터 청주혜원장애인복지관과 인연이 돼 장애인 식사봉사, 목욕봉사, 휠체어봉사, 복지관 시설 관리 등을 시작했고, 그의 '기술'이 속속 드러나면서 '기술봉사'로 이어졌다. 장애인과 독거노인이 주대상이다.

"장애인들은 조금만 도와주면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본인이 스스로 할 수 있어서 굉장히 좋아해요. 그만큼 봉사의 보람도 크죠."



그의 '착한' 봉사는 직장 동료들에게까지 전파됐다. 2010년부터 신용보증기금 청주지점 이종석 지점장 등 전 직원 20명이 한달에 1만원씩 모아 분기별로 후원금 및 후원물품 전달과 봉사 등을 하고 있다.

"직원들은 3년마다 인사이동이 있으니까 매달 1만원씩 내는게 불평일텐데 함께해줘서 고마워요. 시설에 돈만 내고 사진만 찍고 오는게 보통인데 저희 회사는 직원들이 직접 같이 봉사도 하고 후원도 해요."

앞으로는 도배, 목공 등도 배워 봉사영역을 넓히고 싶단다. 더 많은 소외이웃들을 돕는게 새해소망.

"두려운 건, 정년퇴임해도 평생 봉사하며 살고 싶은데 지금의 이 마음이 변할까봐. 제 몸이 허락하는 한 기술기부는 계속 할거에요. 저 같은 사람이 3명만 더 있다면 소외계층이 더 편하게 생활할텐데…."

엄동설한의 새해, 김현기씨가 이 세상의 '보일러'가 되어 따뜻함을 불어넣고 있다. 글·사진/ 김미정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