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채형준 용암중학교 교사

따사로운 햇살이 비추는 어느 오후 무심코 책상의 서랍을 보고 있었다.

필자의 서랍 속에는 미처 정리하지 못한 물건들, 언젠가는 버려야 할 걸 알면서도 그냥 내버려 두고 가끔 뒤적여보는 물건들로 쌓여 있었다. 엉망이 되어 버린 서랍을 정리하다 보면서, 1년을 되돌아보고 추억을 정리하며 반성 또한 하게 된다. 그리고 새롭게 서랍을 정리하면서 새 학기를 대비한 각오와 다짐을 시작한다.

새 학년, 새 학기가 다가온다. 3월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계획을 세워 실천하려는 의지가 있을 것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작심삼일이 되어 버린 새해 다짐들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에 3월만큼 좋은 계절이 없다고 생각한다.

1월과 2월이 1년을 준비하는 워밍업의 시기라 한다면, 3월은 시동을 잔뜩 걸고 신나게 달려 볼 준비를 하는, 역동적이며 가슴 설레는 계절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서랍 정리를 하며 필자 또한 새 학기를 맞이하는 계획과 다짐을 해본다. 첫째, 반 아이들에게 화내지 않기, 둘째, 즐거운 교실 만들기, 셋째,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사람이 되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금연! 서랍 속 깊숙이 묵혀 있던 물건들을 끄집어 내고, 그 정리된 빈 공간에 새로운 계획과 다짐들을 하나씩 넣어 두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다짐을 참 많이 한다. 1월에는 새해 다짐, 3월에는 새 학기의 다짐, 7월에는 하반기를 시작하는 다짐, 12월에는 한 해를 마무리하는 다짐, 어찌 보면 우리네 삶은 1년을 주기로 끊임없이 다짐을 반복하는 삶이 아닐까도 싶다.

그러나 새로운 다짐을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건, 그 다짐한 내용들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열정적인 자세일 것이다. 새로운 시작을 한다는 건 언제나 설레이기도 하면서 두렵기도 하고 그만큼 용기도 필요하다.

그렇지만 '자신은 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동안 사실을 그것은 실행되지 않을 것이다!' 라는 스피노자의 말처럼, 시작도 해 보기 전에 포기하고 용기를 내지 못한다면 그보다 더 어리석고 후회되는 일은 아마 없을 것이다.

큰 나무도 가느다란 나뭇가지에서 시작되고, 십층 탑도 작은 돌을 하나씩 쌓아 올리는데서 시작된다. 마지막에 이르기까지 주의를 기울이고 하나씩 실천해 간다면 언젠가는 큰 나무가 되고, 견고한 십층 탑을 쌓아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곧 3월. 개학을 하면 새 학기, 새로운 반, 새로운 학생들을 만난다. 나의 책상 서랍을 하나씩 채워갈 아이들과의 새로운 추억들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이번엔 어떤 말썽꾸러기들일까. 수업을 어떻게 하면 재밌게 할 수 있을까? 등의 이런 저런 생각들, 허나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게끔 용기를 불어 넣어주는 바로 그것이다.

우리 아이들과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용기 속에 우리의 능력과 기적이 모두 숨어 있을 것이다. 시작이 반이다. 이미 나는 반은 성공한 것이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 우리 아이들 옆에서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 한 걸음 한 걸음 그 자체에 가치를 두고 견고한 탑을 쌓아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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