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 칼럼]논설위원·마케팅국장

몇년새 청주의 스카이라인이 바뀌었다. 기껏해야 25층아파트가 가장 높았으나 청주시 흥덕구 사직동에 두산위브더제니스가 41층으로 소인국에 사는 거인처럼 초고층시대를 열더니 청주시 복대동 옛 대농터에 최고 45층 2천20세대 규모의 신영지웰시티 7개동이 군집을 이루며 우뚝 솟아있다.

청주 주거문화의 신기원을 이룬 지웰시티와 두산위브더제니스는 공통점이 있다. 시공사가 두산건설이라는 점이다. 그 두산건설이 얼마전 뉴스의 초점이 됐다. 미분양아파트가 쌓이면서 부도위기에 몰린 것이다. 당기순손실이 무려 6천640억원에 달했다. 그룹차원에서 1조원을 긴급 수혈하면서 간신히 회생하긴 했지만 앞날은 그리 녹록지 않다.

지웰시티는 일본 동경의 재개발지구인 롯폰기힐스를 표방해 대농터에 초고층아파트와 상가, 백화점, 공공청사부지까지 포함한 초대형 복합단지다. 청주지웰시티가 5년전 분양에 나섰을 때는 온통 장미빛 일색이었다. 시행사인 신영은 3.3㎡당 1천만원대로 분양가를 책정해 중대형평형 위주로 공급했다. 1블록에서 가장 작은 평형인 38평형 조차 분양가는 4억원을 훌쩍 넘겼다.

이에 앞서 분양된 두산위브더제니스도 분양도중 가격을 내리긴 했지만 평당 1천만원을 육박하는 분양가로 '거품'논란을 빚은바 있다. 대량 미분양사태는 당연한 귀결이었다.

시공순위 13위인 쌍용건설도 최근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했다. 한일건설, 금호건설, 삼호건설등 대형건설사들이 줄줄이 자본잠식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쌍용건설은 수도권의 미분양아파트가 누적되자 최고 50%까지 파격세일을 했지만 그 마저도 팔리지 않아 자금난을 겪었다. 청주지웰시티와 두산위브더제니스도 30% 내외의 할인행사를 한 것도 비숫한 이유다. 최근에 분양받은 사람들은 오피스텔 한채값을 벌었다. 주택가격을 할인하면 그 차액에 대한 부담은 해당업체가 고스란히 짊어져야 한다.

이들업체가 경영위기에 빠진것은 여러가지 원인이 있지만 주택시장의 변화에 발빠르게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소비자 시각이 아니라 공급자(기업) 시각으로 주택시장에 접근했기 때문이다. 지방의 소득수준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분양가를 높게 책정하니 제대로 팔릴 리가 없다. 1∼2인 가구의 급증에 중대형을 밀어부친 것도 패착이다. 수천억원이 투입되는 주택공급에 시장조사조차 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건설불황으로 한동안 주춤했던 청주권 주택공급이 2년전부터 다시 재개되기 시작해 최근 절정에 이른듯 하다. 청주 율량지구 대원칸타빌과 선광로즈웰, 용정지구 한라비발디, 북문로 한신휴플러스가 올 하반기부터 차례로 준공한다. 총 세대수가 3천세대를 상회한다.

또 지난해부터 신영이 두산건설과 함께 지웰시티2블록 1천956세대를 분양하는 것을 비롯 7개 업체가 청주복대동, 율량지구, 오창 2산단, 오창산단, 옥산 등지에 1만3천세대를 공급하기 위해 착공허가를 받거나 일부는 시작했다. 이와 함께 지역조합아파트도 소리소문없이 추진되고 있다. 영운동, 모충동, 금천동, 옥산등 5개 지역 2천583세대가 공급될 예정이다.

물론 이들업체는 대부분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중소형 공급에 포인트를 맞췄다. 분양가도 실수요자의 눈높이에 맞췄다. 6년전 지역 주택시장이 천정을 친뒤 추락한 것은 세가지 이유때문이다. 미국발 금융위기와 고분양가, 중대형평형 공급이 결정적이었다.

그러나 이번엔 과도한 공급물량이 미분양사태로 발전하고 이것이 유동성이 약한 시공사와 시행사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해당 업체의 문제가 아니다. 수많은 하도급업체가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는 것은 물론 분양계약자들도 손실을 입을 수 있다. 필자는 6년전 이맘때쯤 '주택건설업계의 자전거타기식 경영'이라는 칼럼을 통해 시장을 무시한 주택공급의 종말을 지적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청주 용정동에서도 대규모 주택공급에 나섰던 신성미소지움은 파산했고 한때 기세등등했던 중견건설업체들이 수술대위에 올랐다.

청주·청원이 통합된다고 해서 주택수요가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은 적다. 청주권 주택공급률이 100%를 넘은지 오래다. 주택시장이 포화상태라는 얘기다. 지역 주택시장의 현실을 무시한 아파트 과잉공급은 또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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