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홍양희 충북테크노파크 기업지원단장

새로운 선장을 맞이한 대한민국호가 경제부흥과 국민행복, 문화융성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출항했다. 새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의 첫 회의에서 '한국이 선진국으로 들어가기 위해 넘어야 할 마지막 관문이 사회적 자본을 쌓는 것이고 그 사회적 자본이 바로 신뢰'임을 강조, 취임사 또한 '사회적 자본'을 키워드로 삼았다. '원칙과 신뢰'의 대명사처럼 일관성있게 판단하고 행동한 정치인으로서의 역정이 보태져 무게감이 실리면서 목적지를 향한 국정과제와 실천수단으로 사회적 자본이 전면에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산업을 일궈나가기 위한 지원기관에 몸담고 있는 필자로서는 무엇보다 '경제부흥'과 함께 '사회적 자본으로서의 신뢰'를 강조한 대목에 관심이 끌리지 않을 수 없다.

프란시스 후쿠야마 교수는 기계나 땅과 같은 물질적 자본, 기술이나 교육과 같은 인적 자본 외에 사람들이 협력해 함께 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능력이 제3의 자본으로서 사회적 자본이라 정의하고, 이는 사회 전체가 가지고 있는 무형의 경쟁력이라 주장하면서 한국을 신뢰가 낮은 사회로 지목했다.

세계은행은 지난 2007년 '한 나라의 부는 법질서와 신뢰, 지식경쟁력 등 사회적 자본에서 나온다'고 진단하면서 사회적 신뢰가 10% 높아질 때 경제성장은 0.8%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고, 삼성경제연구소는 2009년 '사회적 자본은 저성장 및 양극화시대에 접어 든 한국사회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해 준다'고 주장했다. 사회 구성원들이 상호 믿음을 갖고 있다면 사회적 거래 과정에서 생기는 비용이 감소하고 예상치 못한 손실에 대비해야 할 필요성이 줄기 때문에 결국 사회발전의 기반이 된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사회적 자본은 지역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도 긴요하다. 예컨대, 지역산업육성을 위한 주요정책과 추진체계가 일방적 의사결정에 의해 주도되면 예측을 어렵게 하고 불신이 쌓이게 마련이다. 일방에 의한 결정과 추진은 정당성이 담보되지 못함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갈등으로부터 야기되는 초기 비용을 회피하고자 나타나는 것으로 단기적 효과는 있을지언정 오히려 혼란을 증폭시켜 사회적 자본을 잠식하게 된다. 관련 정보를 통제하기보다는 이해당사자와 적극적으로 공유함으로써 지지를 획득해 나가는 일이 필요한 이유이다.

사회적 자본은 기업의 신기술 창출과 제품혁신 등 창조경제에도 기여한다. 폐쇄적이고 수직적 네트워크는 외부 네트워크의 활용을 취약하게 만들어 산업클러스터나 기업의 기술혁신과정을 개방하여 내외부의 다양한 자원을 활용하는 개방형 혁신에 소극적이게 된다. 중소기업에 신바람을 불어넣고 창조경제를 실현하려면 수평적 관계에서 긴밀한 네트워크와 협동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가운데 그 협동의 산물이 구성원에게 이익을 주는 공정성이 확보될 때 가능하며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기저가 곧 신뢰이다.

다른 사람들이 신뢰할 수 있는 조건이 무엇인지를 질문해 보고 그것을 가능하게 해 주는 것이 곧 사회적 자본이라 이해한다면, 정책과제이든 실천수단이든 조건이 주어졌을 때 그에 대한 공감을 형성하고 동참과 협동을 이끌어 내며 시너지를 창출해 나가는 것이 곧 사회적 자본이다. 밀실에서의 의사결정, 소수 대기업과 대다수 중소기업간의 수직계열화 내지는 양극화,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입 등의 사례는 신뢰를 통한 수긍과 공감을 얻어낼 여지가 없기에 사회적 자본으로 이어질 수 없는 대표적 사례이다.

신뢰를 통한 사회적 자본형성과 지속발전의 길은 한 사람의 최고 정치지도자가 원칙을 가지고 약속을 잘 지키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구성원 모두가 원칙과 신뢰를 키우고 지켜갈 때 모두에게 이익이 담보된다는 것이 철칙처럼 이어지는 규범과 문화가 내재되어야만 비로소 사회적 자본으로 축적될 수 있다. 사회적 자본이 우리사회에서 제3의 자본으로서 역할하기까지 그만큼 멀고 험난하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집권화의 오랜 관행과 조직구조에 젖어 있는 정부부문과 경제부흥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대기업이 신뢰를 줄 수 있도록 솔선하고 배려하는데 앞장설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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