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이민우 건설·금융·유통담당

청주시 상당구 우암동에서 토목건설사를 운영하는 A(58)씨는 "도청·시청 직원들의 입장권 구매요구에 동참한다는 마음으로 승락했으나 이후 이곳 저곳에서 구매 부탁이 이어져 골머리를 앓고 있다"며 "업무연락이 많은 부서 부탁을 거절할 경우 미운 털이 박힐까 신경 쓰여 거절도 못하고 있다. 입장권 구매에 700만원을 지출했다"고 하소연했다.

또한 인근 흥덕구에서 대규모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대형 건설사 B(50)부장도 "입장권 구매를 부탁하는 전화를 하루에 열 통도 넘게 받았다"며 "누구의 부탁도 거절하기 어려워 고민하고 있다. 지자체의 입장권 구매 강요는 거의 수 천장을 떠맡기는 '강매'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이처럼 충북도와 청주시 등 일선 지자체들은 도내 국제행사인 '2013 오송화장품뷰티세계박람회' 입장권 판매에 공무원을 동원, 강매하고 있는 상황이다. 도는 각 국·실·과별로 판매량을 정하고 이를 독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관행이라 하지만 행사때마다 마케팅에 동원돼야 하는 공무원들의 불만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입장권을 할당받은 공무원들은 전량 소화하지 못할 경우 인사 고과의 불이익과 업무능력 부재 등을 이유로 질책을 받지 않을까하는 우려 속에 마지못해 입장권 판매를 하고 있다.

국제적인 행사가 열리면 공무원들은 아예 사생활을 포기하다시피 하고 있다. 입장권 강매는 더욱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부서별로 판매량이 할당돼 있다 보니 판매실적이 낮을 경우에는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감이 팽배해진다는 것이다.

도내 대형행사와 박람회는 물론이고 이전에 열렸던 행사에서도 입장권 강매는 관행처럼 굳어졌다. 기초단체에서조차 입장권 강매가 등장하고 있으니 이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박람회가 개막하기 전에도 일부 공무원들과 지역내 기업·건설사·기관 등은 '울며겨자먹기'로 입장권을 구매하고 있는 실정이다. 충북도가 야심차게 계획하고 자랑하는 오송화장품뷰티박람회. 흥행이 잘 되고 사전예약 수십 만장이 판매됐다는 충북도의 치적이라면 굳이 공무원을 통한 입장권 강매를 할 필요가 없다.

공무원을 동원하면 관람객 수를 늘릴 수 있겠지만, 이걸 제대로 된 흥행이라고 여길 도민이 누가 있겠는가. 공무원 본연의 업무에 충실을 기하도록 구시대적 관행을 개선토록 해야 할 것이다. 이 같이 충북도가 공무원을 동원, 기업체들에게 떠넘기는 일련의 강매와 '민폐'(?) 등에 대해 도민들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 minu@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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