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이보환 괴산·음성담당

요즘 모임에서 '사람이 없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어떤 지역의 경우 고령에도 불구하고 어떤 자리를 계속 맡고 있는 원로를 빗대 이 말을 한다.

생물학적 연령이 어떤 직책의 장애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한 사람이 너무 그 자리에 오래 있다 보면 단점이 나타나는데, 이를 두고 '참 그렇게도 사람이 없나'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당사자의 인품이나 능력은 나무랄데가 없으나 장기집권에 대한 염증이라고 생각한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많은 사람들이 하마평에 오르는 것을 두고도 이 말이 나온다.

본인들이야 나름대로 자격을 갖췄다고 생각하겠지만, 다수의 사람들은 여러가지 결격사유를 들면서 모자람을 탓한다. 선거때만 깜짝 등장하는 사람부터, 지역사회의 화합이나 발전보다는 지나치게 개인의 이익이나 영달을 좇는 이들까지 뒷담화의 대상이다.

그럴때마다 부수적으로 따라다니는 말이 '나와야 될 사람은 고사하고, 나오지 말아야 될 사람들만 기웃거린다'는 비판적인 평가다. 지역현안과 관련해 이전투구 양상이 나타나는 곳에도 어김없이 사람없음을 탓하는 자조가 터져 나온다.

사업의 필요성은 모두 공감하지만 많은 시간이 걸리는 데다 지역이나 주민간 이해를 달리하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걱정, 즉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지나치게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다른 목적을 숨기고 이야기한다.

지역의 어른이나 지도층 인사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표변하는 모습도 보인다. 대다수 구성원의 이익이나 지역의 미래보다는 개발업자나 힘있는 사람들의 편에 서는 일이 많다.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는 비단 인구가 적은 기초자치단체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식을 갖고 임기를 시작했지만 정부조직법이 통과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새로운 지도자가 탄생한 이상 그 사람의 뜻과 맞는 인사들이 요직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여야를 초월한 합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일리가 있다. 또 현재 잣대로 과거에 일어난 일을 평가할 수 있느냐는 지적도 그럴듯하다.

그러나 국가를 이끌어갈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를 갖추지 못한 사람은 임명하지 않는게 순리다. 물론 '우리나라에 사람이 이렇게 없나'라는 말을 듣기전에 당사자가 결단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인사권을 가진 사람에게 있다. 친소관계 보다는 그 사람이 지나온 길, 능력과 됨됨이를 보고 쓰려는 생각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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