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연 칼럼] 대전·세종본부장

박근혜 정부의 정책 아이콘인 '창조경제' 개념논쟁이 한창이다. '창조경제론'에 대해 국민들은 물론 여당·청와대에서 조차 그 의미를 두고 혼란스러워한다.

결국 박근혜 노믹스의 핵심철학 '창조경제론'은 당·정·청 워크숍에서 도마에 올랐다. 참석자들은 '의미가 모호하다'거나 '너무 학구적'이라고 지적했다. 여당 의원들은 "뜬구름 잡기식"또는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창조경제'를 두고 정부 부처내에서도 중구난방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융합형 선도형 경제"라고 했고,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장관 내정자는 청문회에서 "기술추격형 경제를 선도형 경제로 바꾸는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가 혼쭐이 났다. 윤종록 미래부 2차관은 "손발이 아닌 두뇌를 활용해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여기에 박 대통령은 한 가지를 더 보탰다. 지난 4일 열린 국토교통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층간소음 해결도 창조경제"라며 과학기술측면에서 새로운 해결책을 찾는 것이 '창조경제'라는 설명이었다.

원래 '창조경제'는 박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대선 캠페인 때 처음 언급했던 용어다. 당시 미래경제를 이끌어갈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스마트 뉴딜'이라는 명칭이 정해졌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국민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영어표현인데다 과학기술은 배제되고 IT만 강조된 표현이라며 '창조경제'로 바꿨다고 한다. 미래창조과학부 탄생 배경과도 맞물려있다.

요즘 각 부처의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창조경제가 단골로 등장하고 있다. 경제와 직접 관련이 없는 부처에서도 '창조' 용어가 반복 사용된다. 국방부는 지난 1일 업무보고에서 "창조적 핵심동력을 육성하기 위해 신무기 체계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교육부도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인재를 육성하겠다"고 보고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식품 산업에 창조경제를 접목하겠다"고 보고했고, 보건복지부 역시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보건복지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창조 관광', '창조행정' 등등 지방자치단체 업무에도 이같은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아무리 '창조'가 국정의 목표라지만 그 의미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관료주의적 형식과 타성에 젖어 진정한 의미의 '창조'가 아닌 맹목적 '창조'를 도용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창조경제'의 성공은 개념 정립이 우선이다. 그런데 청와대가 창조경제가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자료를 경제학자와 기업인들에게 부탁했다는 소식을 보면 아직도 용어정리는 물론 구체적인 목표와 밑그림이 없는게 확실하다. 기업들인 조차 창조경제가 뭔지 개념조차 잘 모른다고 불평이다.

새 정부의 '창조경제'도 알고 보면 새로운 경제패러다임으로 일자리 창출과 성장을 통한 부의 분배로 국민행복증진을 위한 것 아닌가. 무릇 경제정책은 명확해야 한다. 모호한 말 보다는 차라리 현실성있는 정책이 효과가 크다. 국민 대다수가 알지도 공감하지도 못하는 정책이 성공할 리 없기 때문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원순씨, 정치를 말하다' 특강에서 개념정립 논란을 빚고 있는 창조경제에 대해 훈수를 뒀다. "창조경제, 저 멀리 하늘에서 찾는 것 같다"고. 그는 "즐거우면 창조된다"며 과학기술과 정보통신에만 무게가 쏠려있는 현 상황을 꼬집었다. 박 시장은 대신 '아이디어'와 '참여'를 강조하며 소통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설계자인 윤종록 미래부 2차관도 "새로운 걸 만들어 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부처간 벽을 허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부처간, 기업 부서간, 사회전반의 소통이 최우선이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에 이은 '창조경제' 개념 논쟁. 대통령은 손가락으로 하늘의 달을 가르키는데 참모들은 손가락만 쳐다보는 꼴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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