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이보환 음성·괴산 담당

정기적인 것은 아니지만, 가끔 초등학교 동문회 모임을 한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친구들이 오래간만에 모여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이때 꼭 모시는 선생님은 현재 한 초등학교 교장으로 근무중인 은사이다.

그 분을 초청하는 이유는 고향에 계셔 연락이 가능한 데다 친구들 대부분 좋아하고 존경하기 때문이다. 처음 뵌 것은 5학년 여름방학이 끝나고 2학기가 됐을 때였다.

교대를 막 졸업하고 첫 발령을 받아 담임교사로 오신 선생님에 대한 기억이 뚜렷하게 남아있다. 커다란 눈에 항상 미소를 머금은 얼굴 표정. 음악실력이 좋아 많은 노래를 가르쳐 주시던 모습이 선하다.

또하나, 잘한 일을 칭찬하고 잘못을 꾸짖을 때 모든 사람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주셨다. 특히 선생님께서는 잘못한 학생을 나무랄 때 모두 공평하게 대했다. 어린나이지만, 어떤 선생님은 학교성적이나 가정형편에 따라 대우를 달리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기자에게 의외였다.

최근 음성지역 한 중학교에서는 자녀의 훈육이나 징계를 놓고 학교쪽과 학부모들이 상반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3학년의 한 학생이 2학년 학생을 불러 물리적 폭력을 가하면서 시작됐다.

소란이 나자 주변에 있던 학생 8명이 몰려 들어 싸움을 말렸다.

문제는 폭력사건 이후 학교쪽이 취한 조치였는데, 폭력을 사용한 당사자는 물론이고 나머지 8명도 모두 징계한 것이다. 5일동안 무릎을 꿇린 데다 교사들이 벌을 서는 청소년들의 머리와 가슴을 때렸다는 가혹행위 주장까지 제기됐다.

물론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평소 교칙을 지키지않아 계도차원에서 이뤄진 조치이며, 가혹행위는 있을 수 없다는 설명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않고 있다.

주먹을 휘두른 3학년 학생의 부모가 학교와 밀접한 관계이기 때문에 자기 자식들은 생색내기로 처벌받았다는 불만이다. 누구나 자라나면서 잘못도 없이 꾸지람을 듣거나, 자신의 책임이 아닌데 조직이나 상사로부터 추궁을 당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잘못했을 때 적절한 처벌을 받는다면 나중에 약이 될 수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 힘에 굴복할지언정 마음의 그늘로 남는다. 이번 사건에 대해서도 양쪽의 설명이 다르기 때문에 완벽한 평가를 내리기는 어렵다.

하지만 징계나 처벌도 교육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학교가 더 신중하게 처리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래야 청소년들이 어른으로 성장했을 때 자랑스러운 학교, 고마운 선생님으로 남을 것이다. / bhlee7@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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