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노근호 충북테크노파크 정책기획단장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시작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창조경제에 대한 개념 논란 때문이다. 얼마 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최종 타결되고 이를 책임질 미래창조과학부가 출범하면서 그 논쟁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그렇지만 중앙정부의 각 부처 업무보고에는 '창조'가 포함된 사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국책연구기관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창의', '미래', '창조' 관련 부서를 신설하고 세미나, 포럼 등을 통해 창조경제 연구에도 한창이다.

재계도 올해 경영전략에 어떤 내용을 담아야할지 고심 끝에 금년도 투자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각 지역에서도 개념 논란에 갇힌 창조경제의 돌파구를 찾는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대전시는 '창조경제 전진기지 구축'을 선언하고 엑스포과학공원 부지에 '미래창조과학단지' 조성을 내세우고 있다. 경제수도를 주창하는 인천시는 경제자유구역의 첨단산업과 도화지역 제물포스마트타운 벤처를 결합시켜 '미래창조과학경제기지'를 만들 계획이다.

경기도는 새 정부 핵심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의 과천 입주에 맞춰 도내에 과학기술단지를 조성하고 수원, 성남, 안산, 시흥 4개 도시를 '경기연구개발특구'로 지정하는 방안을 중앙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이렇듯이 창조경제는 쉽지 않은 주제임에 틀림없다. 그 실현은 단기과제라기보다 패러다임 변화라는 장기적 성격을 가지고 있고, 정의는 달라도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으로 언급되는 '소통', '융합', '상생' 등은 각 참여주체들의 자발적 참여, 상호이해, 공정경쟁을 전제로 하는 까닭이다.

2001년 '창조경제'라는 저서를 쓴 영국의 경영전략가 존 호킨스는 이에 대해 단순한 또 다른 사업영역이 아니고 어디까지나 방법상의 개념임을 강조한다. 창조경제론의 근원지인 영국에서도 그 성과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문화예술의 영역에서 사회 전 산업으로 확장되는데 상당한 장벽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창조경제의 속편 격인 '창조적 생태계: 생각하는 일이 적절한 직업이 되는 곳(Creative Ecologies: Where Thinking is a Proper Job)'이다. 유연한 사회에서는 새로운 아이디어 즉, 생각한 것이 곧바로 직업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의 정해진 직업 구분으로는 가늠할 수 없는 일자리가 창조경제에 의해 만들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제 우리 지역이 창조적 생태계로서 적합한지 점검해 보아야 할 때다.

최근 한 민간연구기관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창조경제역량지수는 OECD 31개국 중에서 20위에 그치고 있으며 G7 국가들과의 차이는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수는 창조경제를 구성하는 인적자본과 혁신자본, ICT자본, 문화자본, 사회적 자본 등을 종합한 것으로 그 중에서 ICT자본과 혁신자본은 OECD 31개국 평균보다 높았다.

특히 ICT자본은 전체 국가 중 1위로 평가됐다. 결국 창조경제 구현을 위해서는 강점인 ICT자본과 혁신자본을 보다 강화하고 미흡한 문화자본, 인적자본 및 사회적 자본의 경쟁력을 더욱 보강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현재 화두가 되고 있는 창조경제와 같은 시스템 변화는 그 목표를 미리 정하기가 어렵다.

또한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중 하나의 날개로 날 수 없고, 기업 또는 정부만의 역할로 완성될 수도 없다.

정보통신기술을 각종 산업과 융합하면서 성장 동력과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분명 시장의 몫이다.

반면 창의력을 바탕으로 한 중소·벤처기업의 창업을 유도하고 중소·대기업 간 상생구조를 정착시키는 법·제도·인프라스트럭처 마련은 정부의 과제다.

하지만 창조경제 하에서는 이렇게 기업의 경제적 가치와 정부의 사회적 가치 생산으로 구분하던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이들을 공유하는 '임팩트 비즈니스(Impact Business)'로 전환해야 한다.

우리 지역도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서 모든 참여주체들의 공통 어젠다 및 성과지표 발굴, 각자의 강점을 극대화하고 공유하기 위한 세부전략 작성, 지속적인 의사소통, 모든 과정을 책임 있게 관리할 수 있는 창구 단일화 등 집단적 임팩트 창출에 매진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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