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도중 실족해 이틀을 산속에서 지낸 70대 노인이 경찰의 대대적인 수색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

29일 충북 제천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27일 실종됐던 임모(73)씨를 이날 오후 2시50분께 제천시 봉양읍 구학리 야산에서 찾아 병원으로 옮겼다.

실종 당일 등산을 한다며 집을 나선 임씨는 같은 날 오후 늦게까지 귀가하지 않았다. 임씨의 가족은 같은 날 오후 5시30분께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수색에 나선 경찰은 임씨가 자주 다니던 등산로를 중심으로 그를 찾아 나섰다. 일요일인 둘째 날에도 경찰관 100여명을 현장에 보내 임씨를 찾았으나 허사였다.

얼마 전 찾아온 중풍으로 거동이 불편했던 임씨의 생사조차 장담할 수 없는, 이틀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경찰과 임씨의 가족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천둥과 벼락을 동반한 비가 내린 이날도 경찰은 날이 밝자마자 수색에 나섰다. 헬기 수색을 계획했었지만 궂은 비 때문에 인력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천신만고 끝에 8부 능선쯤에 쓰러져 있는 임씨를 발견한 것은 수색 시작 40여 시간 만이었다.

임씨는 등산로 옆 절벽 아래에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거동이 불편한 그는 절벽을 오를 엄두를 내지 못하고 구조를 기다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임씨와 함께 하산해 곧바로 그를 병원으로 이송했다.

경찰 관계자는 "산속에서 혼자 이틀 밤을 보낸 노인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신이 온전했다"면서 "들것에 누워 연신 고맙다고 하는 할아버지의 어눌한 말씀에 이틀 동안 쌓인 수색의 피로가 싹 풀렸다"고 말했다.

제천소방서 119구급대 관계자는 "산행에 필요한 기본적인 복장을 갖추고 있었고, 실족한 지점이 바람을 막아주는 골짜기였기 때문에 체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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