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보환 음성·괴산담당

요즘 보도자료가 정말 많이 들어온다. 하루에도 전자우편으로 받는 것이 수십가지 이상이다. 행정기관은 물론이고 교육기관, 경찰서, 일반 기업, 사회단체에서도 보내준다.

예전에는 행정기관이 주로 자료를 냈는데 요즘은 모든 기관단체가 크고 작은 행사를 자료로 제공한다. 크고 작은 기관단체의 내부 일을 알 수가 없는 기자 입장에서는 고마운 일이고, 따라서 요긴하게 사용한다.

최근 한 점심자리에서 어린이 복지관 관장으로 일하는 분이 이런 말씀을 했다.

그는 "얼마전 자치단체와 위탁계약 연장을 위한 점검이 있었는데, 홍보의 필요성을 절감했다"며 "몇년 동안 정말 눈코뜰새없이 바쁘게 일했는데, 정작 평가에 활용할 수 있는 자료는 많지 않더라"고 말했다.

충북도교육청은 지역교육지원청, 또는 학교의 보도자료 제공건수를 업무실적으로 파악하는 모양이다.

이처럼 보도자료가 평가의 잣대가 되면서 약간의 부작용도 생긴다. 하루에도 학교나 교육청의 행사 등 소식을 몇개씩 사진과 함께 보내주는데, 지면 등 여러가지 사정때문에 모두 다룰 수 없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경중을 구분해서 제공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는 생각이다.

얼마전 어느 지역에서는 한 학교의 급식상태를 파악하기위해 교육장이 급식소를 '불시점검했다'는 내용을 예고자료로 보냈다.

교육청에 확인한 결과 몇달전부터 계획했는데, 바빠서 이제야 점검을 나간다는 답변을 들었다. 청소년의 먹거리 안전문제도 교육당국의 관료주의에 매몰돼 있다는 느낌때문에 차마 기사로 활용할 수 없었다.

일례로 자치단체 자료 가운데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은 시장·군수를 과도하게 띄우는 경우다.

국가적인 사태, 세계적인 경제위기와 관련해서도 소속 공무원들에게 어떻게 하라고 지시했다는 자료가 그 한 예다.

자치단체장이 무슨 불세출의 영웅도 아닌데, 그런 일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생소한 어떤 단체의 무슨 상을 받았다는 내용, 중앙부처를 방문해 사상 유례없는 국비를 확보했다는 자료도 반갑지않기는 마찬가지다.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노력할 수는 있지만, 그런 결과를 혼자 만들어냈다는 것은 과장인 데다 그게 사실이라면 더 큰 문제다.

그런 것 말고, 주민들의 삶과 직결된 문제에 단체장이 고민한다는 내용을 받고 싶다.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나타나는 사회·지역적 갈등을 해결하려는 리더십, 드러나는 성과보다 소소하지만 감동을 주는 내용을 들어보고 싶다. / bhlee7@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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