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부터 충주서 '자매展' 전연숙·민숙·현숙·성숙씨

▲ 가정의 달을 맞아 '자매전'을 여는 네 명의 여성작가들 (오른쪽부터) 큰언니 전연숙, 둘째 전민숙, 셋째 전현숙, 막내 전성숙 작가와 87세 어머니(가운데)가 충주 성마루미술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네 자매 모두 충주에서 태어나 미대를 졸업한뒤 충주 등에서 전업작가로 활동중이다.

"이번 전시회는 네 딸들에게 예술적 영감을 불어넣어주고 성장하도록 도와주신 어머니 이윤희 여사에게 딸들이 드리는 선물입니다."

가정의 달 5월, 예술을 하는 네 자매가 '특별한' 전시를 연다.

도자공예가인 전연숙(67), 조각가 전민숙(61), 그림을 그리는 전현숙(58)·전성숙(53) 자매이자 네 명의 여성작가들이 오는 11일부터 6월30일까지 충주 성마루미술관에서 자매전을 연다. 모두 충주에서 태어나 미대를 졸업한뒤 충주, 청주, 서울 등에서 30여년간 예술활동을 하고 있는 전업작가다.

맏언니 전연숙 작가는 충주시 살미면에서 공방을, 둘째 전민숙 작가는 충주시 용산동에서 '에데아 조형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셋째 전현숙 작가는 서울에서 살면서 가족의 감성을 화폭에 옮기고 있고, 막내 전성숙 작가는 청주민미협, 충북여성미술가협회 회원으로 활동중이다.

"올해 유난히 아버지가 더 보고싶더라구요. 원래는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자매전을 하려고 생각했었는데…. 하늘에 계신 아버지를 그리워하면서, 살아계신 어머니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면서 딸들이 준비한 선물입니다."(전연숙)

▲ 전연숙作 '소라'



지난해 갑자기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서 당초 계획했던 '부모님을 위한 딸들의 전시'가 '어머니를 위한 전시'가 된 것이다. 어버이날을 앞두고 '전시회 선물'을 받은 87세 노모의 마음은 어떠할까.

"행복해요. 우리 딸들이 대견하죠. 하지만 부모가 자식들 보면 늘 아쉬운 것처럼 더 그림 연습해서 더 좋은 작품 하면 좋겠지. 셋째랑 넷째는 아직 그림이 부족한 게 많아요."(이윤희 여사)

이윤희 여사는 네 딸들의 전시때마다 빠짐없이 전시장을 찾았기에 예술작품을 보는 내공이 얕지 않다. 딸들이 더 좋은 작품을 했으면 하는 마음에 쓴소리도 마다않는다.

"각자 열심히 작업하고 있었지만, 자기 전시만 하다가 넷이 같이 전시하니까 이렇게 좋을줄 몰랐어요. 진작에 할 걸 그랬어요."(전성숙)

▲ 왼쪽부터 전민숙作 '황룡', 전현숙作 '소년'



자매는 닮은듯 다른듯, 추구하는 장르도 도자, 조각, 회화 등 다르다. '예술작가'라는 공통분모를 껴안고 때론 지지자, 때론 조언자나 비평가가 된다.

"작품 하다가 막히거나 잘 안풀릴 때, 작품을 미리 평가받고 싶을 때 언니들에게 자문을 구하죠. 허심탄회하게 작품에 대해 얘기하기도 하고. 아무래도 편하죠, 자매니까."(전성숙)

네 자매가 모두 예술재능을 받아 미술가족을 이루기란 흔치 않은 일이다.

"할아버지가 서예를 잘 쓰셨어요. 큰아버지가 그림 수집해놓은 것을 보면서 자랐구요. 저희 아버지는 글씨를 잘 쓰셨고 정원을 가꾸는 데에 남다른 손재주가 있으셨어요. 할아버지의 예술적 기질이 아버지로 내려와 저희 딸들에게까지 이어진 것 같아요."(전현숙)

네 작가들의 작품에 '자연'의 소재가 많은 것도 이 영향이 크다. 특히 전성숙 작가의 작품은 꽃 등 '자연' 소재가 많다.

작가로서의 활동은 맏언니 전연숙 작가가 가장 왕성하다. 충주미협 회장을 역임했고 현재 충주문화원 부원장을 맡고 있다. 김재관 전 청주대 교수(쉐마미술관장)와는 홍익대 동기이고, 충주의 민화가 박미향 선생에게 민화를 가르쳤다. 서른다섯살에 민화를 시작해 마흔살에 도자로 옮겨온뒤 30년 넘게 전업작가활동을 하고 있다.

▲ 전성숙作 '이중주'


"흙작업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작업이다 보니 편하게 작업해요. '거북이' 작품은 부모님이 오래오래 사셨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고. '소라' 작품은 아이들 다 결혼시키고 나니 내가 빈 껍데기인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만들어봤어요."(전연숙)

전업작가였다가 지금은 전업주부인 전현숙 작가는 이번 전시를 위해 오랫만에 다시 붓을 잡았다.

"전업작가가 아니다 보니 이번 전시를 위해 2년간 준비해서 12점을 그렸어요. 이상세계를 동심의 시각으로, 제 마음을 따라가면서 그려봤죠. 아부지, 어머니 살아계실 때 모습도 그렸어요. 앞으로는 그림 그리면서 살고 싶어요. 그림그리다 보면 슬픔은 잊고 희망을 품게 되거든요."(전현숙)

전민숙 작가는 '생명'을 주제로 조각으로 형상화한다. 음악적 운율이 살아있다.

"작년에 고구려 유적지 갔다가 조상들의 정신, 혼에 감동받아서 황룡, 봉황 등을 현대적으로 표현하고 있어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새에 대해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아요. 봉황이 대통령을 상징하는 것처럼."(전민숙)

네 자매 여성작가들은 오는 8일 어버이날에 어머니를 모시고 '행복한' 가족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글·사진 / 김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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