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이민우 건설·금융·유통담당

지난 3일부터 시작된 오송화장품·뷰티박람회 입장권이 행사개최와 동시에 일제히 '땡처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충북도와 일선 지자체의 무리한 사전예매(강매) 밀어 붙이기가 이 같은 부작용으로 이어지고 있다.

포털사이트의 한 중고물품 상거래 카페에서 '오송화장품·뷰티박람회 예매권'을 검색하자 수십개의 관련 글이 떴다. 판매하는 예매권은 가족권이나 성인권 2매에서 시작해 많게는 성인과 청소년 어린이를 합쳐 100여장을 내 놓은 누리꾼도 있다. 판매되는 가격도 가지각색이다. 주로 4천~5천원 사이에 가격대가 형성되고 있다. 심지어 2천500원에 판다는 판매자도 있었다.

수백 장 이상을 중고품 판매 카페에 내놓은 판매자들은 이 과정에서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입장권을 떠 안았다가 조금이라도 부담을 덜기 위해 중고카페에 대량으로 내놓은 것이다. 실제로 충북도, 오송화장품·뷰티박람회조직위원회는 입장권을 미리 팔아치우기 위해 공무원들을 동원한 사실상 강매에 나서 물의를 빚었다. 공무원들은 할당 받은 입장권 수십 만장을 소진하기 위해 관내 기업이나 건설업체, 단체 등을 집중 공략해 여기저기 불만이 표출되고 있었다.

충북도는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70만매를 목표로 예매권을 판매했다. 도내 각 시·군에 목표량까지 할당해 목표를 달성(?)했다. 각 시·군에 할당된 예매권은 실·과·소로 배분됐고 이 표는 업무와 관련 있는 업체나 지인들에게 다시 넘어갔다.

입장권 판매가 시작되면서 사전 예매를 부탁하는 전화가 특정 기업과 기업인 등에 집중됐다. 이들 단체와 기업의 대부분은 충북도를 비롯해 청주시, 청원군이 발주한 공사를 시행하거나 관련 사업을 집행하고 있어 이른바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구매했다.

청주지역에서 건설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는 "시청 직원의 입장권 구매요구에 동참한다는 마음으로 승락했으나 이후 이곳 저곳에서 구매 부탁이 이어져 골머리를 앓았다"며 "업무연락이 많은 부서의 부탁을 거절할 경우 '미운 털이 박힐까' 신경 쓰여 거절도 못해 1천장을 구매해 일부는 직원들에게 나눠주고 나머지는 지인들에게 줬다"고 말했다. 큰 행사를 치르려면 불만과 투정 등 뒷말이 없지 않을 수 없다. 입장권 판매가 단체장에게 잘 보이기 위한 과열 충성경쟁으로 변질되다 보니 이 같은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이 안타깝다. 신성장동력사업을 발굴하기 위해 개최되는 이번 박람회가 입장권 많이 팔기 위한 일회성 이벤트 행사가 아님을 도·시·군은 명심하고 행사를 보다 내실있고 알차게 꾸며 본연의 업무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 minu@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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