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김미정 문화·여성·종교담당

책임감과 적극성이 없었다.

충북도가 충북도립교향악단 제3대 지휘자를 선정하고 20여일만에 합격을 취소하는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든 생각이다.

충북도립교향악단 제3대 지휘자로 내정됐던 이강희 한국교통대 교수는 '합격의 기쁨' 대신 심한 실망과 좌절감을 안았다. 예술가로서의 명예는 땅에 떨어졌다. 전국공모를 실시한 충북도는 '지휘자 합격 취소'로 전국적 망신을 당하게 됐다.

국립대 교수인 이강희 교수의 겸직·휴직문제를 놓고 도와 대학측간 줄다리기를 했지만, 대학측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적극성이나 의지는 없어 보였다. 충북도도 공정한 절차와 규정에 따라 지휘자를 심사숙고해 선정했을텐데 대학측의 'NO' 한 마디에 자신들의 그 '결정'을 너무 쉽게 스스로 포기한 것 같아 아쉽다.

충북도는 지난달 16일 지휘자를 선정·발표하면서 "도립교향악단을 발전시켜 나갈 능력과 경륜, 단원들과의 소통은 물론, 화합과 역량을 극대화하는 최고의 적임자를 선발하기 위해 서류심사, 면접전형을 거쳐 도지사의 최종 결정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 말에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았을까.

내정자의 실력부족이나 도덕성, 자질 부족이 아닌 형식적 절차 때문에 합격을 취소한 점은 도의 융통성이 아쉬운 부분이다.

대학교수의 겸직 문제가 비단 충북도립교향악단만의 문제일까? 전국 시·도립교향악단중 대학교수 지휘자는 14곳이나 있다. 특히 경북도립교향악단의 경우 국립대 교수가 지휘자인 점,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근무하는 상근규정, 찾아가는 공연 연 50~60회 등이 거의 같다. 하지만 97년 창단한 경북도립교향악단은 조례에 명시돼있는 지휘자의 '상근규정', 국립대 교수의 겸직규정을 유연하게 수용했다. 지휘자에게 재량권과 동시에 책임감을 부여한 것이다.

겸직에 대한 대학측의 늦어지는 답변을 기다리면서 지휘자를 선정해놓고도 임명을 하지 못했던 충북도의 말못할 속사정은 이해가 간다. 총장 직선제 폐지로 첫 외부 총장 선출 등 교통대의 복잡다단한 상황속에서 교수 한 명의 외부활동 겸직 여부는 관심밖이었을 대학측의 사정도 이해는 된다.

하지만 이번 임용 실패로 인해 석달째 공석인 도립교향악단 지휘자는 앞으로 한달반을 더 기다려야 위촉된다. 이에 대한 손실은 충북도민이 떠안아야 한다. 이시종 충북도지사는 이를 알랑가 몰라.

미흡한 규정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개선하면 된다. 더욱이 이 '지휘자 상근 규정'이 충북도립교향악단 창단 당시 특정인을 염두에 두고 만든 규정이라면. / mjkim@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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