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늪 건설업계 <상> '종합'의 횡포 만연 '전문업체' 고사위기

일반(종합)건설업체들의 불공정행위로 하도급업체인 지역 전문건설업체들이 고사 위기에 직면해 있다. 특히 장기간의 주택·건설경기 침체로 공사물량이 급감하고 있다. 여기에 최저가 낙찰제 시행, 실적공사비 적용 확대, 표준품셈 하향 조정 등으로 공사예정가격이 삭감돼 채산성이 극도로 악화된 상태다. 이에 따라 장기 침체에 빠진 지역 건설업계의 상황을 두 차례에 걸쳐 긴급 진단한다. / 편집자

올해 들어 쌍용건설, 풍림산업, 벽산건설 등 중견 건설업체들의 잇따른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신청으로 이들의 하도급에 의존하는 전문건설업체들은 연쇄부도 위기에 직면했다.

◆ 지역 전문건설업계, "벼랑끝 위기 몰렸다" 아우성

지난해 1년 동안 441개 전문건설업체가 부도를 내거나 도산했다. 전년보다 87% 급증한 43개 업체가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가는가 하면 기업경영이 어려워 자진 폐업한 업체가 2천503개사에 달한다.

실제 충북의 경우 지난해 94개 업체가 부도발생 후 폐업돼 면허를 반납했다.

이렇게 심각한 상태에 처하게 된 원인은 글로벌 경제위기 등 외부 환경적 요인도 있지만, 불공정한 하도급 거래 행위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종합-원도급, 전문-하도급'이라는 수직적이고 종속적인 건설 방식이 30년 이상 지속돼 왔다. 그러면서 원도급자의 불공정한 하도급 관행이 고착화하고, 원·하도급 건설업체 간 불균형이 심화해 건설산업의 공생·균형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일반건설업체는 고정비 부담 때문에 시공에 필요한 장비와 인력을 보유하지 않고 있어 도급받은 공사를 전문건설업체에 맡긴다.

하지만 하도급 전 과정에 걸쳐 ▶초저가 하도급 ▶부당 특약설정 ▶대금 미지급·지연지급 ▶계약 외 추가공사비 불인정 등 불공정 행위가 만연해 있다.

전문건설업계는 고착화한 불공정 관행 개선을 위해 정부에 ▶불공정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 제도개선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제도 실효성 확보 ▶공공공사 분리발주 활성화 ▶산재 은폐 근절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 대형건설·지역 일반건설업계, "영업손실·적자 눈덩이처럼 쌓여… 어쩔 수 없다"

건설경기 불황은 전문업체에 미치지 않고 지역 일반건설사를 비롯해 1군 대형건설사까지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제도를 개선하지 않는 한 이 같은 악순환은 쉽게 근절될 것 같지 않다.

장기 불황 여파로 중소형뿐 아니라 대형 건설사들마저 대규모 적자를 내고 있다.

특히 일반건설업계 안팎에선 올해 시공능력 상위권 건설사 중에서 자금난 등으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등 구조조정에 직면하는 곳이 나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례로 현대건설·삼성물산·대우건설·GS건설·대림산업·현대산업개발·두산건설·삼성엔지니어링 등 8개 상장 대형 건설사는 올해 1분기에 연결 기준으로 총 2천371억원의 영업손실과 2천16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이들 건설사의 작년 1분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8천835억원, 6천563억원의 흑자였다.

비상장사인 시공능력 9위 SK건설 실적까지 합치면 9개 대형 건설사의 올해 1분기 영업손실과 순손실은 각각 4천809억원, 3천936억원에 달한다. SK건설은 이 기간 해외플랜트 프로젝트 손실 여파로 2천438억원의 영업손실과 1천6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GS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도 해외부문 영향으로 같은기간 대규모 적자를 냈다고 발표했다. GS건설의 영업손실과 순손실 규모는 각각 5천443억원과 4천122억원으로 가장 컸다. 삼성엔지니어링은 2천198억원의 영업손실과 1천805억원 순손실을 내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했다.

◆ 실적악화·자금난 등 어려움 대형건설사까지 확산 우려

일반 건설업계는 올해 건설경기 침체가 지속하면 실적악화와 자금난 등 어려움이 중소형 건설사에서 대형 건설사까지 확산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대한전문건설협회 충북도회 이민수 사무처장은 "갈수록 자금난을 겪는 종합건설사들이 늘어날 것"이라며 "대형사들까지 어려움에 빠지면 일반건설업계가 회복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며 결국 그 피해는 하도급업체인 전문건설업계까지 영향을 미쳐 경영난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이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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