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군청 문화관광담당

사람마다 옛것에 대한 향수는 으례 있기 마련이다.
 하물며 일생 일대에 한번 정도 하는 결혼식을 색다르게 전통혼례 방식으로 치르려 해도 방법과 절차를 몰라 놓치는 경우도 허다하다.
 바로 이러한 사람들을 위해 휴일도 반납하고 전통혼례 보급에 앞장서는 공무원들이 있어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청원군청 문화공보실소속 문화관광 이규상 담당(43)과 황승서(34) 곽추종(43) 윤웅진(29) 등 4명.
 이들이 전통혼례 보급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지난해 초부터.
 
 관내에 불우한 이웃및 혼례를 치르지 못하고 동거하는 가족들에게 최소의 경비로 혼례를 치러 줌으로써 내방객들에게는 볼거리를 제공하고 군민들에게는 봉사한다는 자세를 가다듬자고 자청한 것.
 대청호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문의문화재 단지는 전통혼례를 치르기에 적합한 장소였고, 이를 위해 이들 혼례진행 팀들은 사전에 서울의 성균관과 운현궁에서 치러지는 전통혼례 광경을 직접 답사해 본 것은 물론 여러가지 사례와 각종 문헌을 참고하며, 전통혼례의 진행 방식을 터득해 왔다.
 그러나 성균관의 원본은 너무 딱딱하여 일반인들이 알아듣기 쉽게 진행방식도 다소 각색, 참석자들이 함께 공유하고 향유할수 있도록 진행방식도 새롭게 꾸몄다.
 『많은 자금이 소요되는 일반예식장 보다 최소의 경비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는 전통혼례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고, 지금도 문의전화가 잇따르고 있어요.』
 읍면장들의 추천을 받아 문화공보실에 연락하기도 하지만 문화공보실 문화관광 담당에는 아예 전통결혼식 접수대장을 비치하고 있다.
 근본취지가 영세민 가구및 자녀 또는 청원군에 거주하는 예비 신랑신부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전통결혼식을 올릴 경우 소요되는 경비는 대략 50만원 안팎.
 혼례복등의 세탁비 10만원 정도와 초례상 음식비 5만원, 각종 혼례용품 구입비와 비디오 촬영및 편집비에, 저렴한 사진대 정도가 전부이다.
 전통결혼식이 치러지는 날이면 당일을 전후, 문화관광 담당 직원들은 무척 바빠진다.
 팀원중 일부는 미리 문화재단지에 도착하여 준비사항을 점검해야 하고, 나머지 직원들도 진행요원과 집사는 각자 먼저 예복을 갈아입고 신랑 신부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
 특히 팀장격인 이규상 담당은 전체적인 상황도 짚어 주어야 하지만 집례를 보기 위해 신랑 신부의 가문조사도 해야 하고, 황승서씨는 실질적인 업무를 도맡아 적어도 4시간 전에는 치알과 초례청(음식상)을 비롯, 제반 준비를 모두 마쳐야 한다.
 그러나 막상 결혼식을 시작하면 가장 고생을 하는 사람은 신부를 도와주는 도우미 담당역인 윤웅진씨.
 신부의 전통복 입히기 절차가 여간 복잡한게 아니기 때문이다.
 속치마에 속저고리, 한복과 치마, 바지속곳, 대례복에 쪽을 치고, 족두리를 얹은 다음, 큰띄를 두른 뒤 연지 곤지를 찍기까지 절차만 해도 만많치가 않다.
 여기다가 신부옆에 바싹 붙어 10여회에 걸쳐 큰절을 도와주다 보면 쪼그리고 앉았다 일어나기를 줄곧 반복해야 하고, 결혼식이 다 끝날 무렵이 되면 팔과 허리등 온통 안쑤신 곳이 하나도 없을 정도이다.
 『다른 사람의 인륜지 대사를 그르칠 수 없다는 중압감 때문에 결혼식이 끝날때까지는 한시라도 마음을 놓을수가 없어요.』
 한번은 결혼식 준비를 마친 상태에서 갑자기 소나기가 내려 인근 문산관으로 급히 식장을 옮기느라 허겁지겁한 적도 있다.
 이규상 담당은 언젠가 한번 조카의 전통결혼 집례도 맡아 보았는데 막상 식이 끝나자 자신을 바라보는 일가 어른들의 눈빛이 달라지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항상 어리게만 보아왔던 자신이 서양식 주례역(집례)을 맡아 하는 것으로 보고 무척 대견스럽게 바라보더라는 것이었다.
 『전통결혼식을 바라보는 외국인들의 자세도 무척 우호적인 것 같아요.』
 보험회사 여직원과 결혼한 미국인 개빈씨는 각각 명성황후복과 황제의 복장을 빌려 입고 나타나 내방객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던 케이스.
 이들은 전통결혼식이 얼마나 마음에 들었던지 이후 미국 현지에 가서 또 한번 결혼식을 올렸다는 후문이 나돌아, 이들을 흐뭇하게 했다.
 한 프랑스 신랑은 『 한국식 큰 절은 난생 처음 해 보았지만 공경하는 자세를 배웠다』며 우리 문화에 대해 흡족해 하는 것으로 보고 무척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한번은 한국교원대에서 열린 세계 비교교육 학술대회 세미나에 참석한 외국인 2백여명이 문의문화재단지를 방문하는 차에 전통결혼식을 보고 싶다는 제의가 들어왔다.
 팀원들은 차제에 청원군의 이미지를 심어주고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할 적기라 생각했으나 막상 그주에 결혼식을 올릴 대상자가 없었다.
 급기야는 진행요원중 한명인 황승서씨와 부인 풍수련씨(청주시청도시과) 부부가 신랑 신부를 하기로 자청했고, 덕분에 이들은 두번씩이나 결혼을 하는 경험을 해야 했다.
 『옆에서 도와주는 것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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