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오홍진 대신증권 본점 부장

7월 6일은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이 정한 세계협동조합의 날이다. 우리나라도 기획재정부에서 7월1일부터 6일까지 제1회 협동조합주간으로 정하고 각 지방자치단체나 기관별로 협동조합을 알리기 위한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작년에는 획기적으로 협동조합 기본법이 제정되어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협동조합 시대를 열게 되었다. 기존에 개별법으로 협동조합이 존재하였으나, 포장만 협동조합일 뿐 협동조합 본래의 기능과는 거리가 멀었던 것이 사실이다.

올해 들어 협동조합이 조금 활성화되는 듯하자 일부에서는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며 의구심의 눈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기업의 형태라고는 하지만 조합원의 지향이 있고 일정 부분 지원이 될 수도 있는 문제인지라 정치적인 성향이 다른 사람에게는 곱게 비쳐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경제문제는 굳이 정치적인 잣대로 바라보면 복잡해지기만 한다. 우리나라에서 협동조합의 활성화는 그 동안 주류를 이루었던 신자유주의의 영향으로 양극화가 심해지고 중산층이 붕괴되며 나타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자본주의 속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저소득층, 농촌지역, 장애자 등에게 협동조합 제도는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 퍼주기식 복지제도 만으로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 차라리 이런 재원의 일부를 어떤 공동 목표를 가진 협동조합 등을 결성해 효율적으로 지원하는 게 미래지향적이라고 할 수 있다.

협동조합 제도가 아주 생뚱맞은 것은 아니다. 이미 150년 전부터 선진국을 중심으로 제도 도입이 되었으며, 이탈리아 볼로냐와 같이 상당히 성공적인 사례도 많이 있다. 우리가 아는 유명한 협동조합만 해도 FC바로셀로나, 썬키스트, AP통신, 라보 뱅크 등 상당히 많다. 이들의 경제적인 기여도 상당하다. 그러나 이런 성공적인 협동조합도 처음에는 조그만 협동조합으로 출발한 경우가 많으며, 상당한 시간 동안 역경을 딛고 운영을 잘 한 덕분이다.

협동조합의 취지와 지향은 좋으나 쉽게 볼 만한 것은 아니다. 협동조합도 엄연히 기업의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속성을 담보하려면 운영의 묘를 잘 발휘해야 한다. 주식회사와 같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공통된 가치가 계속하여 창출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주식회사보다 더 민주적으로 운영되고 조합원 간의 신뢰도 돈독해야 된다. 주식회사는 이익만 나면 많은 부분이 해결되지만, 협동조합은 자립하고 자조(自助)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

이제까지 우리가 배운 경제는 자본주의이고 자본주의 하면 주식회사가 꽃이고 유일한 것처럼 여겨왔다. 분명 주식회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주가 되고 엄청난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초기 자본주의처럼 주식회사 한 가지 형태를 가지고 전체를 먹여 살릴 수 없다. 자본주의 1.0, 2.0을 넘어 3.0, 4.0이 심심치 않게 거론되는 것도, 스스로 기존의 자본주의 한계점을 인정한 것이다. 갈수록 자본을 가진 정도가 다양하고, 사회 계층이 다양해지기 때문에 주식회사만이 유일하다는 생각은 너무 고루하다. 사회적으로 다양성과 다른 생각을 용인하고 받아들일 때 나라는 건강해진다. 어쩌면 이제 생각이 먼저고 다음에 현실을 개조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은 변하며 생각이 쫓아가야 하는 상황인지도 모르겠다.

협동조합의 발전은 다양할 수 있다. 우리가 상상력을 얼마나 발휘하고 협력하느냐의 여부에 따라 새로운 분야는 얼마든지 개척 가능하다. 협동조합이 활성화되려면 전통적으로 협동조합이 잘 이루어졌던 유통, 생산, 고용, 생활, 금융분야 이외에 더 많은 분야에서 조합이 결성돼야 한다. 그리고 전통적인 분야라 하더라도 컨텐츠가 더 다양화 될 수 있다. 일례로 금융분야만 해도 지금까지 상업은행 분야가 주를 이루었다면, 향후에는 금융지식서비스, 금융솔루션 제공, 금융자문 등 많은 부문에서 협동조합 형태를 지향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금융 당국의 규제 일변도 마인드의 전환이 먼저 필요하다.

협동조합 문화는 우리의 가치관의 변화를 요구한다. 일과 삶을 병행하고 사회적 이익을 함께 생각하며 민주적인 방식의 운영을 할 수 있는 풍토가 조성되어야 한다. 뛰어난 소수가 전체를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여럿이 더불어 함께 잘 사는 세계를 지향해야 한다. 모든 것이 이익극대화라는 유일 목표에 매달려 삶을 돌보지 않을 것이 아니라, 인간적인 삶을 생각하며 이익을 나누는 자세가 필요하다. 혼자 가면 빨리 가고 여럿이 가면 멀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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