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명인 선정 기념 초대전 마친 김기종 도예가

"숱한 실패를 겪으면서 뜨거운 불가마에서 하나의 보석을 얻는 기분, 100개 중에 단 하나만을 얻더라도 그 기분이란, 가슴이 뜨거워지고 감격스럽죠."

흙과 불이 빚어내는 예술, 기다림의 미학 도예. 27년간 도예의 길을 걸어온 도예가 김기종(50) 작가는 좋은 도자작품을 만나기 위해서는 '기다림'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지난 5월 한국예총이 주최한 제1회 한국예술문화명인에 선정돼 도예명인(제13-1102-23호) 선정기념으로 지난 13~18일 청주 한국공예관에서 초대전을 가졌다. 9번째 개인전이다.

"도자는 인간이 손으로 만드는 예술 이외에, 불이 만들어내는 예술이 있어요. 불가마에 두 번 들어가니까 예상못하는 불의 예술이 있죠. 그게 바로 도예의 매력이에요."

흙을 만진지 올해로 30년, 작품활동을 해온지는 27년째인 도예가에게도 도예는 늘 알 수 없는 인생이다. 그만큼 실패의 쓴맛이 다반사이다 보니 환희의 기쁨은 더 클 수밖에 없다.

"기다려야죠. 좋은 작품을 만나기 위한 설레임인데. 가마는 도예가들에게 욕심처럼 많은 걸 허락해주질 않아요. 노력한 만큼만 허락해줘요. 흙, 불, 가마 모두 거짓말을 하지 않죠."



옹기가마에 불을 지펴 도자작품을 굽기까지 15시간에, 불가마를 식혀 완성작을 만나기까지 다시 한여름의 경우 45시간이나 더 걸린다. 옹기가마의 온도는 초벌의 경우 850도, 재벌의 경우 1천280도까지 올라간다. 뜨거움과 고통을 이겨내야 비로소 명작이 탄생하듯.

그는 이번 개인전에서 조형, 물레성형작품, 다완 및 다기세트 150점을 꺼내놓았다. 전통기법을 지켜가면서도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낸 작품들이다. 그는 이번 전시에 대해 '가장 행복한 전시, 잊지못할 전시'라고 평했다.

"초대전은 작가에게 영광이고 행복이죠. 김기종 이라는 작가를 어느 정도 인정해주는 거니까요. 하지만 행복 뒤에는 부담감과 책임감이 따르죠. 어깨가 무거워요."


지난달에는 시사투데이에서 선정하는 '2013 올해의 존경받는 인물 대상' 한국예술문화명인부문에 선정되는 등 경사가 겹쳤다.

청원군 북이면이 고향인 그는 청주대 공예학과 83학번(5회 졸업생)으로 동대학원을 나왔다. 청원군 내수읍 형동리에 작업실 '토지도예'를 두고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내숭떨지 않고 깔끔을 떤다? 김기종의 도예작품은 거친 듯하면서도 절제가 있고 깔끔하고 섬세함이 깔려있다고들 해요. 작품이 작가의 성격을 닮는 것 같아요.(웃음)"

앞으로는 사람크기 정도의 대작에 도전하겠다는 계획이다.

"도예는 제게 '생명'이에요. 삶 자체이고, 눈 뜨면 만나고 눈 감기 전까지 작업하니까. 나를 살게 하고 나를 있게 해주는 존재죠."

김기종 도예가는 현재 청원예총 회장, 한국도예협회와 한국도자학회 충북지부장을 맡고 있다. 개인전 8회, 초대전 42회, 단체전 180여회 등의 전시경력이 있다. 글 ·사진 / 김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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