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선 희 충북여성인권상담소 '늘봄' 소장

무더위에 대한 소식이 전 지구적으로 화제이다. 기상관측 이래 최고 온도를 갱신하였다는 날씨에 여성을 더 덥게 하는 것은 최근 여성들에 대한 성폭력 사건들이다.

최근 유명 대학 교수는 연구실에서 여학생들을 몰래 찍어왔던 사실이 밝혀져 사표를 제출했단다. 또한 여학생 19명을 몰래 촬영한 대학 남학생이 경찰에 고발되기도 했다. 또한 지하철, 극장, 해변, 공중 화장실 등지에서 여성의 신체 부위를 몰래 찍는 일명 '몰카(몰래 카메라로 여성의 신체부위를 찍음)' 범죄가 급증하였다.

경찰청에 따르면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행위 범죄 적발 건수는 2010년 1천134건, 2011년 1천523건, 지난해 2400건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다. 올해는 지난 6월까지 1천569건이나 적발돼 지난해 적발 건수를 훌쩍 넘길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계절적으로 가벼운 옷차림이나 노출을 할 수 밖에 없는 여름에 몰카나 성폭력 범죄가 많이 발생 한다. 그렇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성폭력을 유발하는 원인이 '여성들이 옷을 벗고 다녀서'라면서 여성들의 노출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한다. 이런 주장의 논리는 기질적으로 남성은 여성과 달리 성적 본능과 충동이 강하다는 주장에 근원한다. 왜 남성과 여성의 성욕이 다른가를 보면 양성의 신체 구조가 차이가 있기 때문이 아니다.

사회가 바라는 성역할이 남성과 여성에게 다르며, 그 성역할을 수용하며 내재화 하는 교육을 통해 남성과 여성으로 다르게 길러지기 때문이다. 즉 남성은 더 많은 충동과 본능을 발산을 허용받지만, 여성의 성욕 표출은 비판의 대상이 되며, 성적 주체가 아닌 성적 대상물이 될 것을 요구받기 때문이다. 현대에도 성폭력으로부터 여성이 자유롭지 못한 것은, 남성과 여성의 기질 차이가 아닌, 여전히 불안한 양성의 차별적 지위와 관련이 깊다.

여성학자 케이트 밀레트가 '여성은 해방되었는가?라는 물음속에서 찾아낸 해답으로 '성의 정치학'적 관계에는 기질적 요소, 성역할, 양성의 지위라는 세 가지 범주가 밀접한 연관을 가지게 된다. 남성과 여성 사이에서 성적 권력이라는 구조적인 제 관계가 성폭력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인간의 기본적 예절을 벗어난 범주가 아니라면 남성의 노출이 문제되지 않는 것과 같이 여성 노출도 문제가 되어서는 안된다. 여성노출을 남성중심적 습관에 의하여 불안하고 억압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을 거두어야 한다. 여성이 일상을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기본적 인권, 의복착용에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성이 벗기 때문에 성폭력이 발생한다는 논리는 우리사회 전반의 성폭력에 대한 낮은 의식수준을 반영하는 것이다.

'국민의 행복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중시하겠다며, 박근혜 정부는 4대악 척결을 선포하며 그 어느 정부보다도 성폭력에 대하여 강력하게 대처하고 있다. 성폭력 척결은 처벌로 되는 것이 아니다. 양성의 지위가 동등하게 보장받으며, 남성중심적 고정 성역할이 성평등적 역할로 바뀌는 의식혁명이 될 때 이루어질 것이다. / 충북여성인권상담소 '늘봄'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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