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규민 법무사 편지쓰며 소중함·자신의 부족함 느끼며 부부愛 쌓아

아내에게 편지를 쓰자.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행복할 때나 싸웠을 때나. 사랑을 표현하자.

청주에서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연규민(51) 법무사가 10년간 아내에게 쓴 편지글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책 제목은 '찔레꽃 사랑'. 아내가 가까이에 두고 볼수록 예쁘고 향긋한 찔레꽃을 닮았기 때문이란다.

"'보고싶다', '사랑한다'고 말로 하기는 낯간지럽지만 글로 하면 편하게 표현할 수 있잖아요. 결혼후 24년간 같이 살아준 아내에게 작은 '선물'을 주고 싶어 책을 내게 됐어요."

'찔레꽃 사랑'에는 2003년부터 개인 인터넷카페에 올려놓은 '찔레꽃' 같은 아내에게 띄운 편지글 100편을 수록했다. 편지마다 아내의 감동적인 때론 재치있는 짧은 댓글이 달려있어 주고받는 편지글의 맛을 더한다.

달달한 러브스토리, 부부싸움 이야기, 인생의 굴곡과 난관에서의 고민의 흔적, 감사했던 감정, 부모와 자녀에 대한 일, 함께했던 여행 등을 솔직하게 써내려갔다. 아내의 일과 공부에 대한 응원 편지, 함께 나눈 좋은 글귀도 눈에 띈다.

"갈등이 없는 부부는 사실 없어요. 그 갈등을 어떻게 풀고 잘 화해하느냐고 중요하죠. 부부간에 말 못하는 걸 글로 풀어내보자고 생각했죠. 분통 터지고 감정적이었다가도 글로 써내려가다 보면 차분해지고, 합리적인 해결방법도 생각나고, 나 자신도 돌아보게 되더라구요. 편지를 쓰면서 아내의 소중함, 내 부족함을 느꼈죠."

당초 아내가 "편지 100통을 써주면 책을 내주겠다"고 약속해 편지쓰기를 시작했단다. 하지만 정작 출판비용은 장모가 쾌척했다.

충북 증평에서 태어난 연 법무사는 1988~2003년 청주지방법원에서 근무하다가 법무사로 활동하고 있다. 법원에서 재직하면서 다툼을 중재하고 화해를 주선하는 과정을 통해 '화해'가 중요하다는 걸 배웠단다. '화해'의 도구로 '편지쓰기' 카드를 꺼낸 것.

부부는 교회 오빠·동생으로 만나 3년 연애끝에 89년 결혼했다. 아내 김현주(47)씨는 현재 청주YWCA 이사, 주성대 출강 등을 하고 있다.

10년간의 편지 대화 덕분인지 부부는 더 가까워졌다.

"부부는 닮아간다고 오랜세월 같이 살다 보니 생각도, 취미도 비슷해지고, 하는 일도 닮아가더라구요. 같은 생각을 갖고, 같은 길을 같이 걸어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아내가 가장 큰 힘이 되는 '든든한 동반자'죠. 그래서 고마워요."

연 법무사는 아내와 함께 청주시 복대동에서 2006년부터 한빛교실지역아동센터, 2010년부터 한빛교실작은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청주대 사회복지학과 박사과정을, 아내는 충북대 아동복지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는 등 '복지'에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부부는 취미도 같이 맞춰 국악을 함께 배웠다. 90년대 후반 연 법무사는 한범수류 대금산조와 대금정악을 배웠고, 아내는 해금을 배웠다. 이후 두 아들에게도 국악을 가르쳐 가족국악찬양단을 꾸렸다. 이후 2003년 청주 한빛교회에서 '하늘소리국악찬양단'을 창단했고, 2008년부터 하늘소리국악예술단을 이끌고 있다.

"지금의 삶을 선택한 게 참 행복해요. 내가 하고 싶은 일 즉 마을 만들기, 작은도서관, 국악찬양단을 만들고 있는게. 복지·문화·예술이 한데 어우러진 제 인생을 살기까지의 과정과 고민을 이 책에 털어놓았습니다."

가정도 농작물처럼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잘 가꿔야 한다는 생각에 아내에게 편지쓰기를 시작했다는 연규민 법무사. 그는 아내에게, 지역사회에 하고 싶은 말들을 마음과 애정을 담아 '글'로 전하고 있다.

글·사진 / 김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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