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만나다-김보민 作 'The Acedia'

동양화가 김보민과 디자이너 이정은이 기획하고 참여하는 '딱딱한 슬픔'전은 작품 창작과 생산의 영역에서 협업체제가 어떻게 작용하고, 그 독자성은 어떻게 유지되는지를 질문한다. 우리는 상호 협력을 통해 스스로의 영역을 확장해나갈 뿐 아니라 각자의 작업에서도 차별성을 찾고자 노력한다.

이 프로젝트는 회화, 드로잉, 설치, 오브제 등의 사적 기록의 형태로 슬픔의 본성을 탐구한다. 우리가 슬픔을 느낄 때, 혹은 슬픔이 우리를 습격했을 때, 그 당혹스러움은 우리를 '딱딱하게' 굳힌다. 그리고 이 딱딱함이 지난 후, 가슴 깊은 곳에서 밀려드는 '부드러움'은 우리를 더 깊은 곳으로 데려간다. 이 과정을 통해 존재의 밑바닥에 도달하기가 가능해 지고, 이러한 감정의 경험은 나의 중력, 존재감이 되어준다. 우리는 이처럼 딱딱함과 부드러운 슬픔 사이를 부유하고 표류하며 '건너가기'를 시도한다. 자신의 상태에 질문을 던지고, 자아의 거울을 활용해 각자와 서로를 기록한다.

이 전시에는 동양화와 디자인이라는 서로 다른 조형어법을 접목하고 매체의 가능성을 실험하려는 의도가 포함되어 있다. 서로의 조형 언어를 배우고 매체의 한계를 뛰어넘는 간 매체적/간 텍스트적 작업을 시도하며, 나를 '확장하기'와 나에게 '되돌아오기'를 동시에 구현하려 함이다. 이런 여정은 슬픔이라는 감정적 상황에 대해 뜻밖의 앵글을 제시할 것이다. 또, 이렇게 구축된 협업 관계는 전시라는 사건을 통해 새로운 지형도를 그려갈 것이다. -작가노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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