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홍진 대신증권 본점 부장

삼십 년 가까이 명절마다 고향을 찾았다. 학생 때는 아무 생각 없이, 결혼을 한 이후에는 이 눈치 저 눈치 보며(그만큼 돌봐야 할 사안이 많다는 뜻) 고향을 찾았고, 지금은 그래도 귀성길이 여유가 좀 생긴 편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가족간에도 암묵적인 합의가 이루어져 어떤 패턴을 가지고 움직이면 된다.

그런데 올해부터 경제칼럼을 쓰면서 나의 귀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동안 피상적으로 고향이나 다녀오는 정도였다면, 이제는 고향이나 지역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한층 관심이 생기고 생각도 많이 하게 됐다.

얼마 전 고추값이 떨어져 농민들이 울상이라는 기사를 보았을 때에도 한참 매번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 지 생각해 보게 됐다.

예년과 다르게 이번 귀성은 지역의 얘기를 좀 더 생생하게 듣고 공감하는 기회로 삼고자 한다.

그동안 명절 풍습은 세월의 변화만큼이나 빠르게 변하였다. 불과 이삼십 년 전만 해도 농경문화의 틀이 남아 있어, 이웃간에 왕래도 하고 차례를 지낸 다음에는 질펀하게 한 상 차려 놓고 놀기도 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아예 명절을 해외나 관광지에서 보내는 경우도 많고, 같은 동리라 하여도 왕래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귀성이라는 풍습이 자리잡은 것은 따지고 보면 아주 역사가 오래되지는 않는다. 경제 발전에 따라 도시화가 급격하게 진행되며, 농촌 인구는 급속하게 도심으로 이동을 하게 되었고, 이런 사람들이 명절을 맞아 고향을 찾게 되면서 본격적인 귀성이라는 풍습이 자리잡게 되었다.

지역의 입장에서 보면 추석 명절 연휴는 지역의 상품과 특산물을 홍보하고 지역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좀 더 적극적으로 지역을 홍보하고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아이디어를 모아야 할 것이다. 또한, 추석 명절과 같은 때는 차례를 지내고 지역에서 딱히 여가를 즐길만한 일을 찾기가 어렵다. 귀성객이 지역에 좀 더 머무르며 가족 단위로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와 장소를 더 많이 제공하였으면 좋겠다.

추석 명절은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의미하는 바가 크다. 삼천 만 명이 넘는 대규모의 사람들이 이동하며 소비를 하게 된다. 각 가정에서는 제수용품 장만에서부터 음식 준비, 선물 준비에 이르기까지 모처럼 목돈이 들어가야 한다.

무릇 경제활동은 재화와 용역을 생산, 분배, 소비하는 활동이라고 할 때 명절은 경제활동이 왕성한 시기다. 이왕이면 객지에서 온 귀성객들이 우리 지역에서 소비활동을 하여 지역경제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 지역에서는 지역 특산물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알리고 판매망을 구축하고 도농간에 연계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

추석 명절은 여가 측면에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2004년부터 주5일근무제가 시행되며 우리의 여가문화도 많은 변화를 하였다. 지금은 명절이라는 개념도 넓게 보면 여가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 같다. 그렇다면 우리 지역이 명절을 포함하여 여가를 보낼 수 있는 절호의 장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지금은 해외여행이 붐이지만, 한편으로는 국내에 좋은 곳을 찾아 저렴하게 여행하는 수요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이제는 전국토가 불과 몇 시간이면 갈 수 있기 때문에 우리 지역만의 독특한 것들을 발굴하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국민소득이 증대되고 해외 견문이 넓어지며 사람들의 욕구는 다양해지고 세분화되고 있다. 어설피 근시안적인 안목으로 접근하기보다는 긴 안목에서 심혈을 기울인다면 언젠가는 진가를 인정받고 해외에서도 찾는 명소가 될 수도 있다.

우리 지역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노력과 리더십이 절실하다. 수도권에서 가까운 입지 조건과 교통이 발달하고 우리 나라의 중앙에 위치한 우리 지역은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프랑스의 리옹처럼 내륙 교통의 중심지로서 얼마든지 발전하여 중부지방을 아우르는 지역이 될 수 있다.

이번 귀성길은 다른 어느 때보다 기대감이 부푼다. 지난 날의 귀성이 가족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가족을 넘어 지역과 호흡하는 귀성이 되기를 희망한다. 만약 나와 같이 무미건조하게 귀성하는 분들이 있다면 차제에 좀 더 지역 현안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다른 것은 바꿀 수 있어도 태어난 고향은 바꿀 수 없다. 그 고향이 좀 더 나아진다면 나에게도 기쁨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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