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여행 '투 마더스 '집착' '숨바꼭질'

8월 마지막 주말 극장가에는 전혀 다른 색깔의 '어머니'의 등장이 흥미롭다. 재난영화 '감기'에서는 변종감기로부터 딸을 지켜내려는 싱글맘 의사엄마가 등장해 진한 모성애를 보여주고, 영화 '투 마더스'에서는 자신의 친구 아들과 사랑에 빠지는 파격적인 엄마가 등장한다. 스릴러 '숨바꼭질'에서는 딸과 가정을 지켜야 한다는 집념으로 무서울 정도로 집착하는 엄마가 스크린에 나타난다. 색다른 색깔의 모정(母情)을 보여주는 인기 상영영화 3편을 소개한다.



재난속에서 딸 목숨 구하는 엄마

▶감기= 드라마·어드벤처·액션, 감독 김성수, 출연 장혁(강지구 역), 수애(김인해 역), 박민하(김미르 역), 유해진(배경업 역).

호흡기로 감염, 감염속도 초당 3.4명, 치사율 100%.

영화 '감기'는 한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바이러스의 감염 공포를 다룬다. 위험성을 의식하지 못한 채 일상속에서 혐오감 없이 받아들여온 '감기'가 사실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엄청난 바이러스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반전시키며 충격을 배가한다.

영화는 밀입국 노동자들을 분당으로 실어 나른 남자가 원인불명의 바이러스에 감염돼 사망하면서 시작된다. 환자가 사망한지 24시간이 되지 않아 분당의 모든 병원에서 동일한 환자들이 속출한다. 바이러스 감염의 공포가 대한민국을 엄습하고, 호흡기를 통해 초당 3.4명 감염, 36시간내 사망에 이르는 사상 최악의 바이러스에 정부는 국가재난사태를 발령, 급기야 도시폐쇄라는 초유의 결정을 내린다. 피할 새도 없이 격리된 사람들은 일대혼란에 휩싸이게 되고, 대재난 속에서 사랑하는 이들을 구하기 위한 사람들과 죽음에서 살아남기 위한 목숨을 건 사투가 전개된다.

영화속 평범한 시민들은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살고 있던 공간에서 바이러스로 인한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되고, 사면초가의 상황에서 자신과 가족을 지켜내야만 한다는 사명감으로 이타적, 혹은 이기적으로 변해간다. 영화는 이런 일련의 과정을 등장인물들의 시선으로 고스란히 담아냈다. 김성수 감독은 치명적 공포에 맞닥뜨린 사람들을 현실감 있게 그리기 위해 시나리오 개발단계에서 '나에게 정말 이런 일이 터지면 어떻게 대처할까?'라는 질문을 자주 던졌단다.



친구 아들과 사랑에 빠진 엄마

▶투 마더스= 드라마, 프랑스·오스트레일리아, 감독 앤 폰테인, 출연 나오미 왓츠(릴 역), 로빈 라이트(로즈 역), 자비에르 사무엘(이안 역), 제임스 프레체빌(톰 역).

'서로의 아들을 탐한 두 엄마'라는 파격적인 스토리와 할리우드 최고 여배우들의 관능적인 연기변신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영화 '투 마더스'는 여성 관객들의 로망을 자극한다.

어린 시절부터 가장 친한 친구였던 두 여인이 서로의 아들과 은밀한 관계를 갖는다는 파격적인 소재로 '매혹적이고 도발적이다'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살의 나이 차이를 극복한 치명적인 사랑이라는 소재만큼 배우들도 매력적이다. 미모의 40대 엄마 릴 역에는 영화 '킹콩'(2005)에서 킹콩의 금발 연인으로 나왔던 나오미 왓츠가 맡았고, 지적인 외유내강 캐릭터 로즈 역은 로빈 라이트가 맡았다. 20살 연하남에는 영화 '이클립스'(2010)에서 매혹적 뱀파이어로 등장했던 꽃미남 자비에르 사무엘이 금발로 변신해 등장한다.

금지된 사랑의 섬세한 심리묘사가 뛰어나며, 호주의 아름다운 풍광과 감각적인 영상 연출도 볼거리다. 여성감독 특유의 깊이있는 통찰력과 뛰어난 영상미가 돋보이는 '코코 샤넬'(2009) 앤 폰테인 감독이 평온한 해변을 배경으로 잔잔하지만 때론 무섭게 소용돌이치는 바다와 주인공들의 심리를 대비해 금지된 사랑에 빠진 여자들의 설레임과 혼란, 행복감과 갈등의 복잡미묘한 감정을 탁월한 연출로 담아냈다. 올해 1월, 제 29회 선댄스 영화제 프리미어 부문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던 작품.


가정을 지키려는 광기어린 엄마

▶숨바꼭질= 스릴러, 감독 허정, 출연 손현주(성수 역), 문정희(주희 역), 전미선(민지 역).

주변에서 누구나 겪어봤을 '숨바꼭질 괴담', '초인종 괴담'을 모티브로 했다. 2008년 일본 도쿄를 시작으로 미국 뉴욕, 유럽, 중국 상하이, 서울 및 수도권에 걸쳐 발견된 초인종 옆의 수상한 표식과 관련된 도시괴담은 누군가 거주자의 성별과 숫자 등을 초인종 옆에 암호로 표시한 뒤 범죄에 사용한다는 내용이다.

영화 '숨바꼭질'은 남의 집에 몸을 숨기고 사는 낯선 사람들로부터 내 '가족'과 '집'을 지키기 위한 두 가장의 숨가쁜 사투를 그렸다. '내 집에 누군가 몰래 숨어살고 있다면?'이라는 카피문구를 내세워 가장 안전한 곳이라 여겼던 일상적인 공간인 '집'이 가장 위험한 공간이 된다는 흥미진진한 소재로 관객몰이를 하고 있다.

극중 손현주는 어릴 적 트라우마로 지독한 결벽증에 시달리는 가장 '성수' 역을 맡아 압도적인 심리 연기뿐만 아니라 가족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자신의 집을 훔쳐보는 누군가로부터 딸을 지키기 위해 광기어린 집착을 보이는 엄마 '주희'(문정희), 낯선 사람이 자신의 집에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싸인 '성수'의 아내이자 두 아이의 엄마 '민지'(전미선) 등이 '집'을 둘러싼 숨막히는 불안감을 드러낸다.

허정 감독은 "요즘 사람들이 무서워하는 것은 귀신이 아니라 피부에 와닿는 현실적 두려움"이라며 남의 집에 몰래 숨어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게 된 의도를 밝히기도 했다.

영화 '살인의 추억', '추격자'에 이은 역대 스릴러물 TOP3에 등극한 기대작. / 김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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