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용 교육감 덕담인가?… '말 펀치' 인가?

[중부매일] 한인섭 기자 = '통상적인 덕담인가, 정치적 갈등과 감정을 실은 '말 펀치'인가'

내년 지방선거에서 이시종 충북지사(민주당)의 대항마로 거론되고 있는 이기용 충북교육감의 '뼈있는 인사말'이 지역정가와 관가에 미묘한 파장을 낳았다.

지난 11일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제17회 노인의 날 행사에서 이기용 충북도교육감은 인사말 서두에서 "지사님은 장애인 단체 행사에 참석하면 '장애인들의 천국을 만들겠다'고 하더니 노인의날 행사에서는 '노인들의 천국을 만들겠다'고 하시네요"라고 언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육감은 이어 "장애인 천국, 노인천국…, 지사님의 도정이 잘 되시길 바란다"라는 취지의 인사말을 이어갔다. 이 교육감은 또 "건강이 최고다. 모두 100세까지 장수하시길 바란다"는 의례적 인사말도 전했다.

이 교육감에 앞서 이시종 충북지사는 "충북을 노인이 잘사는 천국으로 만들겠다"며 "치매·중풍 걱정없는 충북을 만들겠다. 9988 행복나누미 사업, 노인일자리 사업인 9988 행복지킴이 사업 등을 내실있게 추진하겠다"는 요지의 축사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육감의 이같은 언급은 이 지사가 행사장에서 만나는 계층마다 '말 잔치'로 '도정'을 포장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비판으로 들려 참석자들도 미묘하게 받아들였다는 후문이다. 전국체전 충북선수단 결단식 불참(10월 4일)이 인사말 순서를 놓고 벌어진 '의전 갈등'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 일 정도로 불편한 양 기관장의 '상황'이 곧바로 대입돼 이같은 해석을 낳기 충분했다.

노인회 행사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장애인 천국을 만든다더니 이번엔 노인천국을 만들겠다고 하시네요라는 화법이 미묘하게 들렸다"며 "곱씹어 보니 예민한 내용이었고, 듣기에 따라 이런 저런 해석이 나올만 했다"고 전했다.

이날 행사에서 벌어진 상황과 민주당 소속 도의원들이 '이 교육감 때리기'에 나선 정치적 상황이 '오버랩'되면서 지역정가에서는 이 교육감이 이 지사를 향해 공세적 자세를 취하기로 작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동시에 내년 선거를 향해 '어금니'를 물고, 본격적으로 나서려는 '신호탄'으로도 받아 들이고 있다.

지역 정가의 한 인사는 "이 교육감의 체전 선수단 결단식 불참에 대해 민주당 소속 도의원들이 '행정사무조사특위 구성'을 제의하는 등 이 지사 참모 역할을 자처하는 모습에 감정이 상할대로 상해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들린다"고 말했다.

반면 충북도와 충북도육청은 '통상적인 덕담 아니겠냐'며 정치적 해석을 피했다.

충북도 관계자는 "장애인·노인시책 모두 잘되길 바라는 뜻으로 해석했다. 덕담 수준 아니겠냐"고 말했다.

충북교육청 관계자도 "이 교육감 성품이 남을 빚대서 비판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도정이 모두 잘됐으면 하는 취지로 말씀 하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충북도와 대한노인회 충북연합회가 개최한 행사에서 당초 이 교육감의 인사말은 식순에 없었다. 행사 팸플릿에는 이 지사와 김광수 도의회의장(민주당), 국회 오제세 의원(민주당·청주 흥덕갑)의 인사말만 실렸다. 이 교육감은 행사 전날 김광홍 충북노인회장의 전화 초청에 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도교육청은 의전 형식뿐만 아니라 행사 전날 연락하는 방식의 초청에도 불만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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