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어류 지킴이들

[중부매일] 김정미 기자 = "우리 토종어류들이 외래어종인 배스, 블루길에 의해 멸종 위기에 처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적, 행정적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한국 생태계 교란어종 퇴치관리협회는 대한민국 수중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입니다."

한국 생태계 교란어종 퇴치관리협회 한신철(60) 회장은 환경부 지정 1급 생태교란종인 큰 입 배스를 포획 퇴치하는 친환경 특수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10년 한국 생태계 교란어종 퇴치운동본부를 설립, 생태계 교란어종 퇴치 기술을 개발해 특허출원했으며 대청호와 미호천, 충북도내 각종 저수지에서 지속적인 배스 퇴치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국의 수생태계를 위협하는 배스 = 배스는 수생태계를 위협하는 가장 대표적 외래어종이다. 북아메리카가 원산인 배스는 1973년 어족자원 증강 목적으로 도입됐지만 양식에 실패하게 된다. 이후 홍수와 루어 낚시인들의 무단 식재로 전국 대부분의 저수지와 댐, 하천에 분포하면서 토종어종을 위협하고 있다.

한신철 회장은 "육식성인 큰 입 배스는 엄청난 적응력과 번식력으로 붕어와 쏘가리, 납자루, 갈겨니, 빙어 등 거의 모든 토종어류를 먹이로 삼는다. 민물새우와 개구리, 물방개 등 수생생물도 모조리 먹어치워 수질 오염을 가속화시키는 매우 심각한 수생태계 교란의 주범"이라고 설명했다.

한 회장에 따르면 배스의 산란기간은 토종어종 보다 한 달이 빠르다. 산란한 토종어종의 치어를 잡아먹기 때문에 토종어종 번식에 장애 요소가 되고 있다.

특히 3년생은 30㎝가 넘게 자라고, 1회에 약 2만개의 알을 산란하며 53㎝ 이상의 성어는 23만개 이상을 산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화율과 치어 생존율도 90%에 달하는 등 토종어류와는 비교도 안 되는 독보적 생존율을 자랑한다.

실제 2010년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내 거의 모든 지역에서 배스와 블루길은 수중생태계의 60%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강유역환경청이 지난해 교란어종 퇴치사업으로 한 달 동안 진행한 배스 포란 수거 현황은 충격적이었다. 충북대 수의학과 라기정 교수의 확인 결과 4월부터 5월까지 30일간 총 수거량은 105.61㎏으로 포란은 1억1천458만6천850개에 달했다.

지난 2011년에는 한강유역청에서 4월부터 6월까지 배스 포란 42만여 개를 포획 제거했으며, 같은 해 낙동강유역청에서는 4월부터 8월까지 배스 포란 25만개를 포획 제거했다.

지난해 금강유역환경청에서 4월부터 9월까지 수중 유인 선별 포획으로 잡아들인 배스는 약 2만 마리 30톤 규모로 집계됐다.

배스가 수중 생태계 균형을 파괴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은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이에 대한 조사와 연구는 여전히 걸음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신철 회장은 "환경부를 포함한 어느 곳에도 생태교란 어종에 대한 믿을만한 조사 연구 자료가 없다"며 "그나마 발표된 자료는 모두 물 밖에서 수집된 조사"라고 지적했다.



◆행·재정적 지원 필요성과 배스 활용 = 수중 활동에 필요한 장비와 기술이 부족한 것도 생태교란어종 조사를 부실하게 만들고 있다. 배스는 투망을 던지고 그물을 펼쳐 잡을 수 있는 어종이 아니기 때문에 이대로 방치하다가는 수중 생태계 균형 유지는 물론 토종어류 보전마저 어렵다는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 회장은 "생태교란 어종에 대한 관심은 인력, 지식, 전문성, 지속성 부족으로 낚시대회 형태의 이벤트성 행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래서는 배스로부터 토종어류를 지켜낼 수 없다. 법적으로 교란어종 퇴치에 대한 적극적인 시행령과 지원도 없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국 생태계 교란어종 퇴치관리협회의 활동이 특히 주목을 받는 이유는 이들이 보유한 배스 포획 기술 때문이다. 35년 이상 잠수 경험을 갖고 있는 한 회장은 환경오염이 전혀 없는 방법으로 연평균 1일 30㎏ 이상을 포획할 수 있는 '교란어종 유인 포획기술'을 특허출원(특허청20-2010-0001371호, 10-2010-0010233호)했다.

이 기술로 잡아들인 배스는 하루 평균 40마리에서 50마리로, 이 가운데 50%는 암컷이다. 암컷이 하루 최소 40만개 이상의 알을 낳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1년에 약 1억 개 이상의 알을 폐기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한 회장은 "인공 산란장의 연간 퇴치효과를 우리 본부 퇴치요원 한 사람은 5~6시간이면 몇 배 이상 초과달성 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 능력은 금강유역 환경청, 한강유역 환경청, 국립 환경 과학원 소속 전문 연구원들에게도 증명했다"며 "인간의 개입에 의한 강제적이고 물리적인 배스 개채 수 조절만이 토종어류 보호, 보존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협회의 바람은 '교란어종 유인 포획기술'을 교육해 전문 퇴치요원을 양성하고 전국의 각 시·군 특성에 맞게 배치하는 것이다. 이들은 3년간 배스를 집중포획 퇴치하고 관리하면 수중생태계 먹이사슬의 기본형을 회복해 수많은 토종 어류들을 보호, 보존, 증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신철 회장은 "치어방류사업에 수십, 수백억 원을 들이는 것은 단지 배스만 살찌울 뿐"이라며 "수중 전문 생태계 교란종 퇴치요원을 양성해 교란종의 다음 산란기를 대비하는 것이 국민 혈세를 아끼고 수중 생태계의 균형을 회복하는 일"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배스에 관한 관리와 대책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며 "교란어종 퇴치요원 전문 교육장 설립, 교란종 관리법령 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국 생태계 교란어종 퇴치관리협회는 현재 경기·서울지부, 경북·대구지부, 충남·대전지부, 충북 청주지부, 충북 괴산지부와 진천군 지부가 설립돼 활동하고 있으며, 협회 활동을 통해 포획된 배스는 해당 지역 경로당에 식용으로 나눠주거나 축사 사료로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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