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김재식

12월이 되면 한 해가 며칠 남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늘어나기도 하지만 내가 섬기고 있는 교회에 대한 아름다운 기억 때문에 차분한 마음으로 그간 사역들을 되짚어보는 시간이 많아지기도 한다.

세월이 흘러 사라진 시간과 남아 있는 현실의 시간을 함께 묶어두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미련도 남지만, 빠르게 지나가는 세월 때문에 모든 공간이 아늑해진다. 며칠 전엔 나를 견고하게 세우고 가다듬는 지난 시기에 써놓았던 간략한 목회일기 내용들을 읽어 보았다.

1997년 8월 가을 채소를 심었다. 풀도 뽑고, 방울 토마토와 콩, 호박 줄기들도 뽑은 뒤 삽으로 30여 평의 밭을 기경한 후 배추를 심고 빨리 자라기를 바라며 살겨를 덮으며 쑥쑥 다자란 배추를 기대해 보았다.

1998년 6월 6월을 맞이했다. 6월만 지나면 올 한해도 절반이 지나가는 셈이구나, 며칠 전 산에서 기도하며 기도에 대한 강한 도전을 받았다. 계속되는 바쁜 일정 때문에 피곤이 가시질 않는다. 그러나 나와 함께 하시는 주님을 바라보고 산다.

2000년 2월 까치집이 앙상한 겨울나무 꼭대기에 지어져 있다. 삼각형 모형의 가장 안전한 곳에 까치집을 만들어 놓았으니 참으로 하나님의 섭리는 오묘하다.

2001년 10월 'Shadowlands' 영화를 감상 했다. 영국의 대문호 C.S. 루이스와 미국의 여류시인 조이 그래샴의 러브스토리! '기도는 사람을 변화 시킨다', '경험이란 무자비하지만 가르치기도 한다'는 대사가 인상적이었다. 안소니 홉킨스와 데보라 윙거의 명연기가 돋보인 영화였다.

2003년 7월 전원교회의 꿈, 주님 안에서 모든 것을 이룰 수 있음을 믿는다. 많은 어려움과 고난과 역경이 있겠지만… 반드시 주님은 주님 안에서 꿈을 이루어 주실 것이다.

2013년 5월 워싱턴에서 목회하는 친구가 내가 섬기는 교회를 방문했다. 의료선교회 대표로서 여러 나라를 순회하며 의료선교를 감당하는 선하고 아름다움 헌신이 설교하는 내내 전해진다. 올곧은 믿음을 더욱더 지키며 날마다 주안에서 승리하기를 기도한다. 그 워싱턴 친구목사와 애찬을 나누며 대화하던 때에 마침 전화를 한 친구 부인과의 은혜 넘치는 대화가 참 보기 좋았고, 그 모습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내 모습이 지금도 잔잔한 여운으로 남아있다.

여러 해 동안 기록된 목회일기 내용들을 보면서 다가오는 내년에 대한 비전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아가서'에는 예수님께서 교회를 향해 가지신 참된 사랑이 나타나 있는데 그 사랑은 거룩하고 참되신 사랑이며, 교회를 사랑하시는 깨끗한 사랑이다. 주님의 몸된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이 부교역자 시절 학생회 수련 행사 시절의 깨끗한 나로 되돌려 놓는다. 오래 전 '하나님, 이웃, 그리고 나' 라는 주제로 진행됐던 학생회 수련행사를 앞두고 내가 가사를 쓰고 지인의 작곡으로 경쾌하게 만들어진 주제가를 수련회 마지막 날 부르던 학생들의 아름다운 노래가 아직도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주의 부름 받은 우리들♬ 주의 이름으로 모였네♬ 주의 사랑 행복 넘치는♬" 최근 이 노래가 결혼식에서 신랑이 신부 앞에서 축가로 불려졌고, 그 아름다운 모습에 교회사랑, 이웃사랑이 겹쳐져 행복했다. 예수님께서 인류와 교회를 사랑하신 사랑과 그 사랑의 마음으로 이웃을 향한 배려와 사랑을 나누고 더불어 자신도 다독거리는 따뜻한 연말이 되기를 기도한다. / 저산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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