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진단] 유승훈 기획·특집부장

자원봉사를 위해 신청을 하면 1년을 기다려야 하는 스웨덴은 복지국가로 유명하다.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의 저자 스웨덴 쇠데르턴 대학의 최연혁 교수는 주말 봉사를 위해 스톡홀름 시내 적십자 본부를 찾았더니, 자원봉사 희망자가 너무 많아 기다려야 한다는 소릴 들었다. 자원봉사자가 너무 많아 등록 순서대로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특히 주말 봉사는 대부분 직장인이 선호하기 때문에 아예 가능성이 없단다.

주중 봉사는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포화상태이긴 마찬가지다.

아예 밤 늦게 봉사하는 것은 6개월 정도 기다리면 가능하다.

시간이 넉넉한 노인 봉사자들이 일단 들어오면 자신조차 연로해질때까지 봉사를 하기 때문에 쉽게 나오지 않는 것이다. 젊은이들도 자기 차례를 기다리기 위해 어릴 때부터 줄을 서서 기다린다고 한다.

최 교수는 소외아동을 돕는 브리스(BRIS)에 전화를 걸어 '스톡홀름에 사는데 퇴근 이후 저녁 시간에 봉사를 하고 싶다'고 하니 '2년을 기다릴 수 있는냐'는 질문이 돌아왔다.

시골지역은 봉사자가 모자라지만 대도시는 대기자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그는 국경없는 의사회, 구세군이 운영하는 뮈루나(Myrorna), 소외가정의 아동과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는 에릭스옐펜 등 몇곳을 더 알아봤지만 어디든 최소한 1~2년은 기다려야 했다. 자원봉사는 시민들의 적극적 사회참여와 관심의 표현이다.

최근 충북에도 자원봉사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다양한 계층과 연령대의 시민들이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것은 참으로 긍정적인 모습이다.

청주시자원봉사센터에는 노인들과 주부는 물론 직장인들의 자원봉사 등록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대학생들이 자신의 전공을 살려 처지와 조건에 맞는 재능기부에 나선 것은 상당히 의미있는 부분이다.

학생 때부터 재능기부를 하는 것은, 결혼 후 자녀들과 함께 자원 봉사 나설 수 있는 토양이 되기 때문이다.

봉사와 기부는 개인의 처지와 조건에 맞게 할 수 있다. 일반적 의미의 돈을 내는 기부와 재능기부, 자원봉사 등 여러가지가 있기 때문이다.

충북은 아너소사이어티에 올해에만 4명이 가입해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아너소사이어티 가입자격은 5년간 1억원 이상을 기부하겠다는 약정 또는 완납을 통해 가입이 가능하며, 개인자격으로만 참여가 가능하다

처음에는 기업가나, 의사 등 나름대로 자산이 있는 사람들이 참여했으나, 아너소사이어티 가입자들이 익명의 독지가기나, 프로골퍼 등 다양한 계층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실제, 지난 11월 노점상을 하며 평생 벌어온 재산을 기부한 익명의 팔순 할머니가 충북 아너소사이어티 8호로 가입했다.

하얀 고무신을 신은 수수한 차림으로 공동모금회를 찾은 할머니는 이름과 사는 곳, 나이도 알리지 않은채 어려운 곳에 잘 써달라며 1억원이 든 하얀 봉투를 전달하고 떠났다. 이처럼 우리사회도 기부와 자원봉사에 대해 시민들의 참여가 늘어나고 있다.

청주시가 복지시각지대 해소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것도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원동력이 됐다. 시민들이 동주민센터를 중심으로 시간과 여건에 맞는 봉사 활동을 하고, 노인들이 주축이 된 실버행복드리미, 시니어클럽 등의 활동은 복지사회 구현의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문화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것은 국가의 격을 높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복지를 위한 적극적 참여는 다시 정치적 관심과 연결된다.

스웨덴은 의무투표제가 아닌 나라 중 세계에서 투표율이 가장 높은 85%대를 유지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뽑아 놓고 후회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있다.

시민의 깨어있는 참여는 정치를 감시하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결국 정치를 견제하고 통제하는 기능을 한다.

기부와 자원봉사 복지사회를 위한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는 내년 지방선거 출마자들에게는 선택을 받을 기회이자, 위협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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