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보환 제천·단양 주재

2014년이 시작됐다. 도자기공방을 운영하는 어떤 분은 몇년 째 겨울이면, 휴양차원에서 따뜻한 남쪽지역으로 내려간다.

어떤 해는 경주, 또 다른 해는 제주도에 있다고 연락이 왔다. 그런데 올해는 아직 내려가지 않았단다.

왜냐고 물으니 "교회에서 구약성서와 신약성서를 통독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거기에 참여하고 내려가겠다"고 말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성서를 읽고 기도하는데 약 1주일 가량 걸린다고 했다. 그는 "새해가 되면 성서를 읽는다고 다짐하지만 몇장 읽다보면 다른 일이 생겨 작심삼일로 끝났다"며 "올해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기 때문에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 해야되겠다고 마음먹은 일을 한다는 것은 정신·육체적으로 그 사람을 단단하게 한다.

기자도 1월 1일 일출을 보기위해 소백산 비로봉을 찾았다. 새벽 5시쯤 천동 주차장을 출발했는데, 날씨는 별로 춥지않았다.

혹시, 사람이 많아 일출시간에 맞추지 못할까봐 초반에 속도를 냈더니 온몸에 땀이 나는게 문제였다.

그러나 산을 오를수록 일출 전 소백산의 추위가 다가왔고, 비로봉을 오르는 능선의 칼바람은 사나웠다.

천동삼거리에서 600m에 불과한 비로봉 계단길은 풍속이 3m/s라는 기상청 예보와는 달리 매우 거셌다. 겨울철 소백산에 갈때 비로봉 정상의 바람이 2~3m/s 정도면 별 걱정을 하지않는다.

만약 5m/s이상되면, 남자 어른도 바람에 밀려 진행할 수 없을 정도이기 때문에 준비를 단단히 한다.

이날 기온은 영하 8도로 예보됐는데, 새벽 바람과 맞물려 체감온도는 약 영하 15도 이하는 되는 것 같았다.

방한장갑과 마스크, 목도리, 모자 등을 갖췄지만 비로봉 바람을 막을 수는 없었다.

이날 일출시간은 7시 39분. 벌써 많은 사람들이 비로봉에 올라 해가 떠오를 동쪽을 바라보거나 기도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의외로 정상에는 바람도 별로 없고, 추위도 훨씬 덜했다.

해를 보기위해 전국에서 몰린 200여명의 인파가 서로의 바람막이가 되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의 한마디. "남극에 펭귄들이 모여 있는 것 같네. 펭귄들은 서로 자리를 바꾸면서 체온을 유지한다잖아. 우리도 그렇게 합시다."

새해를 맞아 개인들은 나름대로 다짐을 하고, 회사 등 조직에서도 분발을 요구할 것이다.

그 목표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개인적인 노력도 필요하지만, 공동체 구성원끼리의 화합도 보태져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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