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진단]정구철 제2사회부 부국장

갑오년 말의 해가 밝았지만 충주시가 말(馬) 문제로 시끄럽다. 충주시 수안보면에 유치를 놓고 찬반 측으로 갈려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말문화복합레저센터(화상경마장) 때문이다.

충주시와 수안보말문화복합레저센터 유치추진위원회는 말문화센터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고 화상경마장반대 충주시민연대는 '유치 절대 불가'라는 강경한 입장으로 이에 맞서고 있다.

시는 이 사업을 강행하려다 여론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자 찬반 양 측을 불러 여론조사를 하겠다고 했지만 여론조사 방식과 문구 조정 등을 놓고 이견이 워낙 커 현재로서는 여론조사 실시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태다.

찬성 측인 유치추진위는 여론조사 시 수안보면 주민의 50∼70%를 포함하는 것과 전화면접 방식이 아닌 직접 대면방식의 여론조사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반대 측인 시민연대는 "유치추진위의 주장대로 여론조사를 실시할 경우, 공정성과 객관성이 떨어진다"며 여론조사 자체를 거부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유치추진위 측의 주장을 보면 과연 여론조사를 할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또 양측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려가고 있는데도 시는 중재 노력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당초부터 이 협상은 원만치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시가 유치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시의 중재에 공정성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론조사는 말 그대로 시민들의 여론을 가감 없이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한 조사다. 있는 그대로의 시민 여론을 파악해야만 그들이 원하는 의견을 시정에 올바로 반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으로 볼 때 시가 추진하는 여론조사가 과연 공정할 수 있겠는가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만에 하나라도 유치를 위한 꿰맞추기 식의 여론조사가 실시돼서는 절대 안된다. 여론을 왜곡하고 호도하기 위한 조사가 돼서는 절대 안된다. 자칫 시정마저 왜곡되고 호도된 상태로 펼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여론조사를 하지 않고 유치를 강행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여론을 무시한 채 이 사업을 강행할 경우, 큰 후폭풍으로 인한 뒷감당을 감수해야 한다. 모든 일을 행할 때는 근본적으로 진정성이 뒷받침돼야만 한다. 시의 진정성이 시민들의 가슴에 와 닿을 때 시민들은 비로소 이를 받아들이고 응원의 박수를 보내게 되는 것이다.

충주시는 섬김의 시정을 베풀겠다고 약속했다. 정말 반겨야 할 일이지만, 말 뿐이 아니라 진정으로 시민을 존중하고 섬기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시민들의 여론을 헤아리고 받드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는 논란의 중심에 있는 수안보 말문화센터도 근본적인 문제부터 다시 검토해야 한다.

아니면 현재의 상황에서 정확한 여론을 헤아리기 위한 노력이라도 기울여야 한다. 많은 시민들이 반대 의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하는 사람들에 대해 "무조건 반대한다"고 치부하는 것은 일방적인 논리에 기울어진 시각에서 바라보는 억지 주장이다. 만약 반대론자들이 소수라 할지라도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포용하는 것은 공정한 시정 집행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공평하고 존중받는 시정을 펼치기 위해서는 이를 명심해야 한다.

충주시의 신년 화두가 '호시마주'(虎視馬走)다. '호랑이처럼 예리하게 보고 말처럼 힘차게 달린다'는 의미다. 시민들의 여론을 예리하고 정확히 헤아려 이를 등에 업고 말처럼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시민 여론에 귀를 기울이지 않은 채 그저 앞만 보고 달린다면 고삐 풀린 망아지나 다를 게 없다.

갑오년 한 해에는 시가 내세운 '화합과 소통, 섬김의 시정'이 구석구석에 골고루 펼쳐져 충주지역에서 더 이상 반목과 갈등, 분열이 없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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