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오홍진 대신증권 본점 부장

영충호시대. 생소하다. 네이버 사전에서 찾아보니 '영남, 충청, 호남의 머릿글자에서 따온 낱말이자 줄임말이다.'라고 나와 있다. 그리고 신조어란 단어가 여기 저기 보인다. 그렇다. 영충호는 충청도가 건국이래 최초로 호남지역 인구를 초월한 것을 계기로, 그 동안 영호남 중심의 지방구도를 영충호 중심으로 바꾸자는 취지에서 충북을 중심으로 회자되고 있는 낱말이다.

충북의 인구는 최근 가파르게 증가되고 있다. 1964년에 150만 명을 넘어서고 정체되었던 인구가 최근 기업 유치와 등록 외국인이 증가하면서 작년에 160만 명을 돌파하였다. 인구 10만 명이 늘어나는 데 무려 반세기가 걸린 셈이다. 이로써 충북 인구는 1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11번째가 되었다. 그리고 2020년에는 170만 명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인구가 늘어난다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분명 축하할 일이다. 그런데 충청도 인구가 호남 인구를 초월하였다고 해서 영충호 시대가 쉽게 열릴 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문이 든다. 인구만 가지고 오랫동안 사람들의 뇌리에 남아있던 영호남이란 구도가 영충호로 대체될 수 있을까?

영호남 지역 구도가 형성된 것은 오랫동안 서로 대비되는 라이벌 의식에서 비롯된 점을 무시할 수 없다. 서로 지리적으로 이웃해 있으면서 언어, 문화, 정치 등 여러 분야에서 대비를 이루며 상호 발전하였다. 또한, 두 지역의 대비되는 담론이 끊임없이 생산되며 때로는 협력하고 때로는 견제하며 형성된 구도이다.

물론, 충북에서도 쉽게 영충호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쨌든 영충호라는새로운 도전과 모티브를 생각하고 추진하는 것은 의욕적인 일이다. 충북에서는 발 빠르게 영충호 시대를 실현하기 위한 10대 계획을 발표하고 여론몰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럼 영충호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첫째, 무엇보다 외부에서 인지하고 인정할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아무리 내부에서 열심히 추진한다고 한들 외부에서 인식이 부족하면 추진 동력은 약해지게 마련이다. 외부와 접촉을 강화하여 외부의 의견을 경청?반영하고 또한 외부에 적극 홍보하여야 한다.

둘째, 영충호 시대에 맞게 지역 경제력을 제고하고 재정자립도를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전략 산업과 기업을 적극 유치하여 국제적인 연구개발(R&D) 메카로 육성하고, 관련 산업끼리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등 기업활동에 최적의 여건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경제력이 제고되면 자치단체 재정상태도 양호해지고, 실질적으로 지역이 인정받을 수 있다.

셋째, 충청도만의 문화적인 특색이나 스토리를 많이 양산해 내야 한다. 이제까지 이런 부분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고 아쉬웠다. 이제라도 무형의 문화적인 부분을 많이 발굴하고 양산한다면 충청도의 힘이 나타날 것이고, 그것은 자연스럽게 영충호 시대를 빨리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 미국 작가 소로우가 쓴 '월든'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150여년 전에 쓰여진 이 책은 미국 시골마을인 메세추세츠 주 콩코드라는 시골 마을의 월든 호수를 전 세계 사람들이 순례하는 지역으로 만들었다. 미국 학생들은 이 월든 호수를 견학하고 방문하는 코스까지 있다고 한다. 멀리서 예를 들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책 한 권의 소재가 되어, 또는 영화 한 편의 배경이 되어 사람들이 두고 두고 찾는 곳이 얼마나 많은가. 이것이 바로 문화가 주는 힘이다. 그리고 이런 문화는 지역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장기적인 안목에서 추진해 주었으면 좋겠다. 단기적인 시각에서는 절대 이루기 힘든목표다. 또한, 대국적인 견지에서 큰 그림을 가지고 추진하였으면 좋겠다. 기왕에 영충호 시대를 선언하고 강하게 추진하는 마당에 마무리까지 완수될 날을 고대해 본다. 아울러 올해에는 지역에서 더 많은 좋은 소식이 전해지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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