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진단]이민우 사회부 부장

지역 곳곳에서 남몰래 주민들에게 봉사하고 희생하는 공무원은 이 시대의 모범 공무원의 표상이다.

공무원은 국민에 대한 무한봉사를 국가로부터 요구받는다. 이제는 모든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선망의 직업'으로 자리 잡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의 비리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초부터 촉발된 비리가 계속돼 주민들의 불신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 2013년 충북지역은 공무원 '비리백화점'의 오명으로 기록된 한 해 였다. 연일 공무원 비리가 속출했으며, 각종 의혹이 속속 터졌다.

실제로 지역의 초등학교 교사가 스마트폰 채팅으로 만난 12살짜리 여학생과 성관계를 가져 구속됐고, 중학교 교사가 학생의 팔과 어깨를 만지는 등 과도한 신체접촉을 한 혐의로 입건됐다.

이 뿐만 아니다. 지난 6월 청주시 간부 공무원 L씨는 수뢰혐의로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긴급 체포됐다. 경찰수사 결과 L씨는 청주시 기업지원과장으로 근무했던 2010년 10∼12월 옛 청주 연초제조창 매입 과정에서 KT&G 측 용역업체 N사 대표 강모씨로부터 6억 6천만원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은 충북에서 발생한 공무원 수뢰 사건 가운데 사상 최대 규모였다.

또한 충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달 30일 전국공무직노동조합 충북·청주시지부 사무국장 박모(42)씨를 업무상 횡령 혐의로 구속하고 노조위원장 안모(51)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 2005년부터 최근까지 충북도청과 청주시청, 충주시청, 진천군청, 옥천군청, 청원군청 소속 무기계약직 공무원들이 낸 회비 적립금 가운데 6억7천만원을 자신의 통장으로 옮겨 개인차량 구입비에 사용하는 등 개인용도로 쓴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안 씨는 회계 관련 업무를 박 씨에게 모두 맡겨 놓고 노조활동비 명목으로 지급된 1천여만 원을 개인차량 할부금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밖에 지난해 연일 터진 경찰관들의 추문으로 충북경찰도 이례적인 특별 복무 감찰을 받았다. 지난해 12월23일 충북청 소속 A총경이 수사 편의에 대한 청탁과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 불구속 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에 따르면 A총경은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과장으로 재직하던 2009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부동산 업자 최모(45)씨로부터 7천만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로써 충북에서는 올해 하반기에만 4명의 총경이 불명예스러운 일에 연루돼 낙마했다.

앞서 충북지방경찰청 소속 B총경은 평소 알고 지내던 서울 모 경찰서 방범순찰대 소속 의경을 성추행한 사실이 일부 확인돼 해임됐고, 청주의 C경찰서장은 평소 알고 지내던 40대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C서장은 성폭행한 사실을 부인했지만 경찰청 내부비리수사대 조사 결과 일부 혐의가 인정돼 결국 직위해제됐다.

이처럼 공무원 비리가 전방위적으로 속출하자 충북도는 지난해 12월 30일부터 '익명신고제'를 운영하고 있다. '공직비리 익명신고제'는 신고자가 신분노출을 우려해 공무원의 비리행위에 대한 신고를 꺼리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했다. 공직비리를 신고하고자 하는 도민은 충북도 홈페이지(www.cb21.net)에 접속해 '공직비리 익명신고' 센터에 비리사항을 신고하면 된다.

신고 대상은 금품 및 향응수수 행위, 공금횡령 행위, 부당한 이권개입 및 알선·청탁 등 직무와 관련한 공무원의 비리행위다. 익명으로 신고된 내용은 타인이 열람할 수 없고 공직감찰에만 활용되기 때문에 신고자의 신분이 노출될 염려가 없다는 것이 도의 설명이다.

특히 신고자의 인적사항은 전혀 기입하지 않게 돼 있고 처리상황이나 처리결과를 알고 싶을 때 감사관실로 문의하면 안내도 해줄 예정이다.

공무원도 인간인 이상 순간적으로 뇌물의 유혹에 눈이 멀 수도 있다. 그러나 늘 가까운 곳에서 감시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 감시자가 바로 지역주민이라는 사실이다.

공직자는 공공사회의 번영과 질서를 위해 봉사하는 자리다. 사명감으로 직분을 다할 때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는다. 나라의 녹을 먹고 있는 공직자가 국민을 배신한다면 엄벌을 받아 마땅하다. 깨끗한 사회, 바른 행정집행을 기대하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공직자가 되어 주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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