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이보환 제천·단양 주재
기자도 첫 행사가 열린 가곡면사무소 2층을 찾았다. 좀 늦게 도착했기 때문에 업무보고는 들을 수 없었다. 문을 열었을 때 김동성 군수는 특유의 높은 톤으로 이야기하는 중이었다.
김 군수는 "마을 회관과 경로당은 비생산적이라 새로 짓거나 증축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만약 경로당을 새로 지을 경우 나중에 기름값 등 운영비도 지원해달라고 할 게 뻔합니다. 조금 어렵더라도 그 위치에 그냥 이용하세요" 이어 "차라리 우리 지역에서 생산되는 물건을 생산하는 공동작업장이나 외지인이 찾는 농촌체험장을 짓는다면 지원하겠습니다"며 "노후된 방송시설을 교체해달라는 말씀은 곧바로 시행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마을회관과 경로당을 신축해달라는 건의에 대한 답변이었다.
김 군수에게 새마을회 관계자라고 밝힌 사람이 "기업유치와 관광 등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소통이 필요하다", "군수님은 농사만 잘 지어놓으면 모두 판매해준다고 약속했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고 그동안의 잘못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군수는 "일자리 문제가 선행돼야 인구가 늘어나고 지역이 살아난다"며 "자원순환특화단지를 조성하려고 했으나 주민반대로 이뤄지지 못했고, 그 당시 소통부족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또 유통문제와 관련해서도 "단고을영농조합법인이 탄생했으나 법적, 제도적 문제때문에 여러가지 어려움이 많았다"며 "당초 적자가 날 경우 보전해주겠다는 약속을 했으나 의회의 승인 등 여러가지 절차때문에 못했다"고 헛말을 시인했다.
당초 예정된 시간이 지났지만 김 군수는 주민들에게 이번이 '마지막 주민과의 대화'라고 강조한 뒤 주민들의 이야기를 늦게까지 들었다.
주민과의 대화를 지켜보다보니 2년 전 쯤 똑같은 장소에서 열렸던 '자원순환특화단지' 설명회가 떠올랐다.
머리띠를 하고 반대목소리를 높이던 다수의 주민, 빨리 땅을 사들여 산업단지를 만들어달라는 사람들. 김 군수는 그 때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 채 "군수인 나도 이야기 좀 하자"고 핏대를 올렸다.
기자는 당시 아무리 옳은 일이라도 절차나 과정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김 군수는 3선 출마의지를 접어 임기가 5개월 밖에 남지않은 그의 얼굴에서 진정성을 느꼈다. 왜 좀 더 빨리 그 같은 자세를 갖지 못했는지 아쉬움이 남았다. / bhlee7@jbnews.com
이보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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