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이보환 제천·단양 주재

단양군은 지난 14일 가곡면을 시작으로 오는 21일 어상천면까지 8개 읍·면에서 주민과의 대화를 진행했다. 읍·면장 업무보고, 김동성 군수가 진행하는 주민과의 대화 순으로 이어지는 행사에는 지역의 웬만한 단체장들은 모두 참석했다.

기자도 첫 행사가 열린 가곡면사무소 2층을 찾았다. 좀 늦게 도착했기 때문에 업무보고는 들을 수 없었다. 문을 열었을 때 김동성 군수는 특유의 높은 톤으로 이야기하는 중이었다.

김 군수는 "마을 회관과 경로당은 비생산적이라 새로 짓거나 증축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만약 경로당을 새로 지을 경우 나중에 기름값 등 운영비도 지원해달라고 할 게 뻔합니다. 조금 어렵더라도 그 위치에 그냥 이용하세요" 이어 "차라리 우리 지역에서 생산되는 물건을 생산하는 공동작업장이나 외지인이 찾는 농촌체험장을 짓는다면 지원하겠습니다"며 "노후된 방송시설을 교체해달라는 말씀은 곧바로 시행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마을회관과 경로당을 신축해달라는 건의에 대한 답변이었다.

김 군수에게 새마을회 관계자라고 밝힌 사람이 "기업유치와 관광 등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소통이 필요하다", "군수님은 농사만 잘 지어놓으면 모두 판매해준다고 약속했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고 그동안의 잘못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군수는 "일자리 문제가 선행돼야 인구가 늘어나고 지역이 살아난다"며 "자원순환특화단지를 조성하려고 했으나 주민반대로 이뤄지지 못했고, 그 당시 소통부족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또 유통문제와 관련해서도 "단고을영농조합법인이 탄생했으나 법적, 제도적 문제때문에 여러가지 어려움이 많았다"며 "당초 적자가 날 경우 보전해주겠다는 약속을 했으나 의회의 승인 등 여러가지 절차때문에 못했다"고 헛말을 시인했다.

당초 예정된 시간이 지났지만 김 군수는 주민들에게 이번이 '마지막 주민과의 대화'라고 강조한 뒤 주민들의 이야기를 늦게까지 들었다.

주민과의 대화를 지켜보다보니 2년 전 쯤 똑같은 장소에서 열렸던 '자원순환특화단지' 설명회가 떠올랐다.

머리띠를 하고 반대목소리를 높이던 다수의 주민, 빨리 땅을 사들여 산업단지를 만들어달라는 사람들. 김 군수는 그 때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 채 "군수인 나도 이야기 좀 하자"고 핏대를 올렸다.

기자는 당시 아무리 옳은 일이라도 절차나 과정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김 군수는 3선 출마의지를 접어 임기가 5개월 밖에 남지않은 그의 얼굴에서 진정성을 느꼈다. 왜 좀 더 빨리 그 같은 자세를 갖지 못했는지 아쉬움이 남았다. / bhlee7@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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