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김미정 문화교육부

오는 4월께 건립될 '충청북도예술인회관'(가칭)이 생기기도 전부터 삐그덕거리고 있다.

충북 예술인들의 숙원사업이었던 예술인회관에는 충북문화재단과 충북도립교향악단을 비롯해 충북 예술단체의 양대산맥인 충북예총과 충북민예총, 충북문화원연합회 등 5개 기관 및 단체가 입주할 예정이다.

충북도는 이를 위해 청주시 우암동 LH공사 사옥을 매입하고 리모델링 공사를 앞두고 있다. 투입예산은 45억원. 예술인회관 건립 소식에 예술계는 환영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잡음이 불거졌다. 충북예총이 총 4개 층의 건물에서 2개 층을 사용하겠다고 나오면서부터 갈등이 시작됐다.

1990년에 지어진 이 건물은 지하 1층, 지상 4층으로 1개 층의 면적이 500㎡(150평)이다. 5층은 일부만 조립식 구조로 사용하고 있다. 1~2층 사용을 요구하고 있는 충북예총은 1층을 북카페와 전시장을 겸한 소규모 공연장, 사무실 일부로, 2층을 예총 산하 10개 협회 사무실로 쓴다는 생각이다. 예총은 이 요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입주거부를 이달 초순 결의한 바 있다.

충북예총 관계자는 "현재 입주해있는 청주문화관 건물에서 사무실로 200평을 쓰고 있기 때문에 예술인회관에서도 200평을 쓰는 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예술인회관이니까 일반시민에게 개방하자는 취지에서 1층은 사무공간이 아닌 문화공간으로 사용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때 다른 입주기관들도 "그럼 우리도 2개 층을 달라"며 반발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충북도는 난감한 입장이다. 예술인회관 건립을 위해 수차례 부지물색과 예산확보 등에 공을 들여 '성과'를 얻어냈지만 예총의 이같은 반응에 기운이 빠진다는 입장이다. 결국, 충북도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1~2층에 예총, 3층에 문화재단과 문화원연합회, 4층에 민예총과 도립교향악단, 5층(조립식 건물)에 도립교향악단 연습실을 배정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실 상주인력을 보면, 문화재단이 22명, 도립교향악단이 31명, 예총 5명, 민예총 3명, 문화원 3명 등이다. 한 예술단체 관계자는 "예술인회관이 '혼자' 쓰는 것이 아닌 '함께' 쓰는 공간인데 이러다가 예술인회관이 예총회관이 되는 것 아니냐"며 쓴소리를 했다.

이런 분위기속에서 22일 충북도청에서 예술인회관 입주기관 실무자 회의가 열린다. 이날 회의에서는 입주기관별 사무실 위치 배정, 입주 시기, 리모델링 공사 일정 등이 결정될 예정이다.

예술인회관은 예총, 민예총의 것이 아니다. / mjkim@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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