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변광섭 청주시문화재단 문화예술부장

남도에서부터 봄의 전령 매화 소식이 들려온다. 이따금 찬바람이 옷섶을 파고들지만 흙냄새 코끝에 머물고 봄비가 내리니 며칠 후면 이곳에도 그 잎잎의 열어젖힘이 시작될 것이다.

무심천에는 벚꽃이 무진장 열릴 것이고 바람따라 강가와 풀숲으로, 차도며 인도며 할 것 없이 자유의 나래를 펼칠 것이다. 산과 계곡에서는 진달래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피어오를 것이고 배꽃이 피는 사월의 어느 밤하늘을 바라보며 낭만의 방랑자는 옛 사랑을 노래하지 않을까.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길에/꽃이 피면 함께 웃고, 꽃이 지면 함께 울고/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필자는 봄꽃이 수다스럽게 피면 산길과 들길, 호수와 시냇가를 거닐며 이 노래를 불렀다. 어머니 품 속 같은 대지의 화원에서 옛 생각에 젖어 눈물을 흘린 적이 어디 한 두 번이던가.

그런데 올 봄은 만화방창(萬化方暢) 꽃들의 잔치를 즐길 여유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선거철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꽃들의 잔치에 넋을 잃고 시간 가는 줄 모르면 대자연과 생명을 지켜야 할, 이 도시를 가꾸어야 할 지도자를 뽑는데 소홀할 수 있다.

특별히 올해는 통합 청주시가 출범하면서 새로운 100년을 준비해야 하는 중차대한 시점이기에 통합시장을 비롯한 지방자치 지도자들의 역할과 위상, 책무와 도덕성이 여느 해보다 크고 중요해졌다.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에 관대한 반면, 상대방에 대해서는 지나칠 정도로 냉정하다. 정치인들에 대한 평가는 더욱 그러하다. 청주시장의 경우는 단 한 번도 재선을 허락하지 않았는데, 이는 단체장들이 리더십 부재와 완성도 높은 행정력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시민들이 지나치게 냉정하고 가혹한 평가를 내리거나 정치바람에 쉽게 흔들리는 부끄러움의 결과이기도 하다.

심리경영학자 우종민 교수는 <심리경영>이라는 책에서 최고의 리더는 조직원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듣기 싫은 소리를 하는 직원을 귀하게 여기고, 조직원들이 의사결정에 참여하도록 하며, 함께 성장하는 파워를 실현할 줄 알아야 한다. 서로의 가치를 존중하고 신뢰하며, 더 큰 조화와 발전, 더 아름다운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연금술사가 되어야 한다. 조직내 갈등은 줄이고 소통은 높여서 창의적이며 생산적인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정치적인 이해관계나 개인의 욕망에 연연하지 않고 청주만의 멋과 맛과 향과 결을 만들 수 있는,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중심도시, 세계의 으뜸도시로 달려갈 수 있는 큰 길을 만들어야 한다.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는 그의 저서 <새로운 미래의 조건>에서 관습이나 고정관념, 그리고 과거의 것에 몰입해서는 지구촌의 진정한 주인공이 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그러면서 새로운 미래의 조건으로 디자인, 스토리, 조화, 공감, 놀이, 의미 등 6가지를 제시했다.

기능만으로 안되기 때문에 디자인으로 승부하라는 것이고, 단순한 주장만으로는 설득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스토리를 겸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집중과 논리만으로는 안되기 때문에 조화를 이루고 모든 이가 공감하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와함께 진지한 것만으로는 세상을 품을 수 없기 때문에 놀이도 필요하며, 물질의 축적만으로는 삶의 질을 담보할 수 없으니 의미와 가치를 중시해야 한다고 했다.

정치인들은 출마의 변에서 사회적 책무를 강조하지만, 개인의 꿈과 욕망 때문에 출마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웃과 지역과 국가와 미래를 위해 독립투사처럼 목숨을 바치겠다고 외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꿈과 욕망을 일구려는 속셈으로 가득하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당선되고 나서는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군림하려 하거나 부정과 부패와 독선과 아집으로 가득한 것을 수없이 보지 않았던가. 대한민국 사람들이 정치판을 싫어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 진정한 리더는 이웃과 사회의 마음을 읽고 품을 줄 알아야 한다. 도시를 디자인하고 스토리를 만들며, 조화와 공감의 행정을 펼치며, 100만 시민 모두가 행복한 놀이를 즐길 수 있는 사회, 더 나아가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는 큰 그림을 그릴 줄 알아야 한다. 어떤 후보가 진정한 리더인지 꽃들에게 물어보라. 꽃들은 맑은 웃음으로 화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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