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교사 이야기] 김동례 대소금왕고

차가운 겨울이 어느 덧 따뜻한 기운의 봄바람 속에 사라져가는 지금, 황량한 시골 벌판에 학문의 전당을 상징하는 건물이 커다랗게 둥지를 틀고 자리하고 있는 고등학교. 설레는 마음으로 건물 구석구석을 살펴보며, 새 건물 속에서 새롭게 만날 새로운 얼굴들도 떠올려본다.

2월말에는 어려운 임용고시를 합격하고 새 출발을 하게 된 예쁘고 맑은 눈동자를 지닌 신규 임용 선생님들을 보면서, 30년 전 새내기 교사로서 출발하던 시절이 아스라이 떠올랐다. 어쩌면 이렇게 많은 시간이 흘렀을까?

그들의 모습에는 꿈을 실현한 교사로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하는 호기심과 열정이 그대로 얼굴에 나타났다. 그들의 적극적인 태도를 보면서 나도 그들과 함께 새롭게 출발하는 설렘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 항상 설렘 속에는 두려움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가져다 준 교훈이 있기에 조심스럽게 한 발짝 한 발짝 나아가련다.

농부들에겐 새 봄이 시작되기 전 한 해 농사의 커다란 결실을 기대하며 지나온 경험들을 토대로 새롭게 설계하고 씨앗을 파종하게 된다. 가을의 환한 웃음을 기대하면서 뜨거운 뙤약볕에서 많은 땀을 흘리며 살아가듯, 교사들은 제 각기 개성이 다른 아이들의 품성과 지식과 꿈을 키워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선생님들은 늘 만나면 내가 맡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하여 진지한 고민을 하고 걱정스러운 것들에 대해 이야기가 화제의 주인공이 되곤 한다. 교실 안의 아이들은 교사의 역할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기에 한없는 사랑으로 품어주고, 동료교사에게는 이해와 관심으로 서로 소통하는 좋은 관계를 형성함이 우리가 나아가는 교육의 방향이며 동시에 교육의 목표라 생각한다.

채근담에 이런 좋은 구절이 있다.


'접인춘풍(接人春風) 임기추상(任己秋霜)'. 타인에게는 따뜻한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대하고, 자신에게는 매사에 철저하고 차가운 가을 서릿발처럼 엄격하라는 뜻이다.

그렇다. 사람을 가르치는 일은 쉽지 않다. 교단에 첫 발을 내디뎠던 열정과 철저히 준비하는 자세로 교단에 다시 서야겠다. 새롭게 만나는 아이들의 가슴에 교사의 뜨거운 사랑과 열정으로 무럭무럭 자라는 희망의 새싹을 키워야겠다.

교사로서 살아온 교단에서의 경험으로 자신을 추스르면서 새롭게 출발하는 수석교사의 길에 스스로 다짐해본다. 함께 걸어가는 교사들과 교육의 방향에 대하여 같이 고민하고 도와주는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또한 학생과 교사가 모두 웃음으로 가득 채워지는 행복한 학교가 될 수 있도록 봄 향기 물씬 풍기는 파란 하늘을 향해 간절히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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