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학기가 시작되자마자 지방대학들이 입학정원 감축을 위한 학사구조조정으로 학내 마찰을 빚고 있다. 충북지역의 경우 구조조정 대상학과는 취업이 어려운 미술학과를 비롯 인문학과가 타킷이다.

서원대는 미술학과(정원 20명)와 뷰티학과(정원 35명), 경영정보학과(정원 30명)와 경제학과(정원 20명)를 유통경제정보학과로 통폐합하는 한편 지리교육과·윤리교육과·실용음악과·공연영상학과는 정원을 줄이기로 했다. 이에 서원대 미술학과 학생 30여명은 학과 통폐합 철회를 요구하며 지난 15일부터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또 청주대는 사회학과와 한문교육과를 폐과하고 국어교육과를 신설하며, 일부 학과의 명칭을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행정학과를 비롯 광고홍보학과, 일어일문학과, 환경조경학과, 건축공학과, 연극학과, 영화학과 등 상당수 학과의 정원도 감축하기로 했다. 그러자 학생들은 17일 청주대 본관앞에서 폐과 반대 집회를 열고 "입학한지 한달도 안됐는데 학과가 없어진다는 것은 꿈이 없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교원대는 독어교육과와 불어교육과를 중국어교육학과와 함께 제2외국어학부로 통폐합하기로 하고, 입학정원도 10% 감축에 나서기로 했다. 이 학교 확대운영위원회는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학과 통폐합 시안을 즉각 철회하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전국의 지방대학이 마찬가지다.

교육부의 지방대 특성화사업에 대한 신청 마감이 이달말로 다가오면서 전국의 지방대학들이 잇따라 학과 통폐합을 통한 정원감축에 나서고 있다.

교육부가 향후 5년간 1조원을 투입하는 '지방대특성화사업'을 발표하면서 지방대학들이 재정지원을 받기 위해 가산점이 큰 정원감축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지방대학들은 미충원율이 높고 상대적으로 취업률이 낮은 미술학과를 비롯 인문학과 통폐합이라는 쉬운 방법을 택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정부의 지방대 특성화사업이 당초 우려대로 지방대 정원 감축사업으로 끝날 조짐이다. 특히 정부의 재정지원 의존도가 높은 지방대학일수록 교육부 지원사업 유치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게 현실이다.

때문에 정부가 특성에 맞게 지방대를 육성하기 보다는 정원감축을 통한 구조조정 및 대학퇴출을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실 학령 아동 감소로 대학의 구조조정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것은 대학이 더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상당수 대학들은 이미 자체 구조조정안을 만들어 학과 통폐합을 비롯 학과폐과 등 정원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부의 지방대 특성화사업이 정원감축과 재정지원이 상호 연계되어 있어 서둘러 정원 감축을 할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부분의 지방대학들은 교육부의 일정에 맞춰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대학 또는 학과의 특성보다는 취업률이 낮은 인문학과를 중심으로 쉽게 폐과를 결정하고 있다. 이러다간 인문학과가 없는 대학이 생길수 있는데 과연 옳은 일인지 교육계가 고민해야한다.

무엇보다도 지방대학마다 특성이 어떤지 살피고 옥석을 가려, 이를 통해 대학들이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교육부의 중요한 역할이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