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산골마을 작은학교'를 읽고

당신의 가장 아름답고 순수했던 시절은 언제입니까? 아마도 초등학교 시절이 아닐까 싶습니다. 변변한 놀이공간이 없던 시골 아이들에겐 학교가 곧 놀이터이기도 했습니다. 가을운동회는 마을 잔치가 되곤 했죠. 하지만 지금은 모두 옛말이 됐습니다.

 농촌 인구가 줄어들고 젊은 사람들은 모두 도시로 나오면서 고령화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고 더불어 아이들 숫자로 눈에 띄게 감소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학생이 없어 폐교되는 학교도 하나 둘이 아닙니다. 우리 어렸을 적만 해도 '나의 살던 고향'은 모든 국민들의 정서를 자극하는 그런 노래였고 가사도 가슴에 와 닿았지만 이 노래를 이해하는 10대와 20대가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을 요즘은 합니다.

 소나무 출판사에서 나온 <산골마을 작은학교>는 1999년 기록한 시골 분교 이야기입니다. 저자들은 지도책을 보면서 물어물어 작은 학교들을 찾아다녔다고 하는데요, 첩첩 산중 깊은 곳에 위치해 있어 때로는 배를 타기도 하고 때로는 막차를 놓쳐 학교 관사 신세를 졌다고도 합니다. 그렇게 건져 올린 작은 학교 이야기는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많은 농촌지역 마을주민들은 지역 공동체의 핵심인 학교의 폐교를 바라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교육정책은 통폐합이 큰 줄기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작은 학교를 왜 살려야 하는지, 왜 소중한지를 일깨워 주는 이 책을 교육행정가와 교육가들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은 저만의 생각일까요. 어쩌면 이 책에 소개된 학교 가운데 상당수는 이미 사라지고 없을 지도 모릅니다. 마을이 학교가 되고, 학교가 곧 마을 공동체의 중심이 되는 시절이 그립습니다.

 더덕, 당귀, 취, 엉겅퀴, 고사리 등 약초 이름을 줄줄 꾀고 있던 초등학교 3학년 아이, 호박이며 오이가 가득 자라던 학교 마당의 아이들은 흙냄새를 안고 살아갑니다. 학교 운동장 계단에 엎드려 숙제를 하고 축구를 하고 선생님 식탁, 선생님 밥 따로 없이 평등한 점심을 먹었던 추억은 아무나 간직할 수 없게 됐습니다.

 카메라를 보고 씨익~ 해바라기 같은 웃음을 짓던 그 아이들은 지금 어디에 살고 있을까요. 시골에서 학교를 다닌다는 것은 축복이 분명합니다. 하루 일과를 적은 한 아이의 일기가 생글생글 웃음을 짓게 만듭니다. 제목 개구리. '오늘은 3시 차를 타고 가기로 했다. 그래서 개울에서 놀았다. 개구리를 잡으면서 놀았다. 개구리와 개구리 알이 많았다. 개구리 알이 있는 곳에는 개구리도 많았다. 개구리를 잡아서 물로 던지면서 놀았다. 재밌었다.' blog.naver.com/tj3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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