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진단] 한인섭 정치행정부장 겸 부국장

새누리당 청주시장 경선에서 탈락한 남상우 전 시장의 불복 선언과 충북도교육감 보수진영 후보 단일화에 응했다 탈락하자 독자출마를 선언한 홍순규·김석현 예비후보의 행태는 '선거판'이라는 사정을 십분 고려하더라도 적절성을 곱씹게 한다. 한차례 청주시장을 역임한 남 전 시장의 경력이나, 교육계 수장이 되겠다 자처한 후보들이라는 점에서 고개를 갸우뚱 할 정도에 그칠 가벼운 사회적 판단 범주는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남상우 전 시장은 새누리당 청주시장 경선 직후였던 지난 1일 이승훈 후보를 선출한 경선 결과에 대해 효력정지 결정을 구하는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는 동시에 당원명부 유출 경위를 조사해 달라는 고발장을 청주지검에 제출해 수사가 시작됐다고 한다.

당원 명부를 사전에 빼내 사전선거운동을 함으로써 업무방해와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했다는 게 남 전 시장의 판단인 모양이다.

차점으로 탈락한 결과가 나오자 그는 여론조사 반영 비율이 잘못됐다며 현장에서부터 반발하더니 결국 법적대응을 택했다. 그는 58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인원수대로 100% 반영해야 했는데, 당원·국민선거인단 투표율(53%)을 후보별 득표율로 환산한 방식을 적용해 자신이 탈락했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경선에 참여했던 후보 모두 동의했던 방식인데 말이다.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2006년 4월 17일 같은 장소에서 같은 방식으로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 후보로 선출돼 시장에 당선된 경험을 지닌 그가 거친 반발과 법적 대응을 했다는 점이다. 그는 청주시장 후보가 됐던 8년전 당원투표에서는 경쟁후보에 뒤졌으나, 여론조사에 힘입어 선출됐다. 당시 자료를 보면 2개 기관이 실시한 여론조사와 당원투표 결과는 백분율로 환산돼 투표수로 반영됐다. 당시에도 경쟁했던 차점 후보의 중앙당 이의신청과 재심 수용, 다시 원안 결정이라는 우여곡절을 거쳐 잠시나마 속을 졸여야 했을 남 전 시장은 누구보다 사정을 잘 알만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의아하기 짝이 없는 사건일 수 밖에 없다.

남 전 시장의 일련의 언행을 되짚어 보면 시장 적임자나 새누리당 후보로 적합한 인물이 자신외에는 없다는 생각을 지닌 게 아닌가 의심 사기 충분하다. 4년전 민선 5기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그는 선거일 다음날인 2010년 6월 3일 청주시청 브리핑룸을 방문해 "지난 4년간 주말에 골프도 치지 않고 열심히 일했는데 떨어졌다. (몰라주는) 시민들 나쁘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았다. 60만 대도시 행정가를 자처해 4년간 재임했던 그가 낙선자로 나타나 느닺없이 내놓은 발언이긴 했지만, 듣는 이들의 귀를 의심케하기 충분했다. 함께 일했던 공무원들 역시 같은 취지의 발언을 들어야 했다. 그래서 그의 발언은 여태 기자들이나 공무원들의 입에 회자되고 있다. 낙선 직후라 숱한 감정이 교차했던 시기였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어선 발언'이었다. 남 전 시장이 제기한 고발과 중앙당 이의신청 사건은 적절한 절차를 거쳐 결과가 나오겠지만, 4년만에 다시 통합청주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그가 보여준 행태는 씁쓸하다 못해 딱했다.

충북도교육감 보수진영 단일후보 선출에 합의했다 탈락 후보로 분류되자 '독자 출마'를 선언한 김석현 예비후보(전 전남도 부교육감)와 홍순규 예비후보(전 충북도 교육과학연구원장)의 행보도 마찬가지이다.

정당 경선처럼 공직선거법이 적용되지 않아 가능한 일이긴 하지만, 단일화 결과를 걷어 차고 굳이 출마하겠다는 두 후보 명분이 통하길 기대하는 것은 '오만'으로 간주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교육감 선거에서는 후보들 입맛에 맞지 않은 상황이 연출될 때 마다 '반장선거만도 못하다'라는 비난이 나오곤 하는데 딱 제격이다.

선거에 나서 표를 달라 할 정도의 인사들의 말과 처신, 책임은 동전의 앞뒷면 처럼 늘 따라 붙어 적용되게 마련이다. '승부'에 대한 접근법 역시 '그릇'에 맞는 모양을 갖춰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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