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희씨 5번째 수필집 '결' 출간

"돌아보면, 살면서 알게 모르게 상처를 주고 또 상처도 받았겠지요. 그 과정에서 나 또한 마음의 상처를 입고, 나무의 옹이처럼 파이기도 했겠지만 그 결을 만들고 지키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입니다. 우리는 과연 무엇을 갈구하며 무엇을 채우고 살까요? 우리가 마주하는 사물, 사람, 현상, 그 모든 것의 '결'을 느끼길 바래봅니다."

이은희씨가 5번째 수필집 '결'(수필과 비평사)을 출간했다. 포토에세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 수필집에는 37편의 글과 함께 그녀가 직접 찍은 사진들을 수록해 글의 여운과 함축미를 더하고 있다.

1부는 경북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 처마, 전남 강진 다산초당, 제주 용눈이오름, 전남 완주 화암사 등을 돌아다니며 오래된 우리의 전통을 만나서 느낀 감성을 풀어내고 있다. 특히 유물과 유적 속에 숨어있는 옛사람의 정신과 숨결을 전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2, 3부는 문, 집, 무, 그녀의 옷장, 날 것에 대한 열망, 그림 맞추기, 돌싱 등 독특한 소재로 글쓰기를 시도한 작품들이며, 4부에서는 소소한 일상에서 만난 들꽃이야기와 자연 속에서 하나의 풍경이 되길 바라는 작가자신을 풀어내고 있다.

'라르고(largo). 나의 삶을 느리게 진중히 살아가라는 말로 들려.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의 가치를 음미해 보자고. 보잘 것 없는 대상도 오래 들여다보면 그 안에 오묘한 진리와 기쁨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거야.' 24p

'오름에서 바람을 제대로 맞은 여행이다. 기어가고, 넘어지고, 내 의식이 바람에 산산이 부서진 날이다. 앞으로 내 삶에 어떤 오름이 기다리고 있을까. 자연 앞에선 날이 선 감정도 자존심도 내세울 게 아무것도 없다. 인생도 마찬가지리라.' 32p

'디지털 시대의 감각과 박자는 한없이 빨라지고 있다. 우리는 인터넷, 트위터, 페이스북, 휴대전화로 누군가와 끊임없이 접속을 시도한다. 시간을 가리지 않고 접속은 이루어지고, 우리에겐 외로울 틈조차 없다. 그러니 은근한 내포나 은유란 비유는 이제 책 속의 문학 형태로만 남을 지도 모를 일이다.' 149p

SNS 등의 영향으로 생각하려고 하지않고, 짧은 글과 신문의 헤드라인만 읽는 요즘의 세태가 너무나 안타깝다는 그녀는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만나는 물상의 마음을 읽고 깨우침을 얻어 건강한 나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있다. 분주한 직장생활 속에서 글쓰기는 그녀에게 채움이자 비움이다. 그녀에게 수필은 생활 그 자체다. 잠자는 시간을 쪼개서 새벽에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그녀에게 수필은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이다.

그런 그녀가 수필에 대해 새로운 눈이 열리면서 쭉 시도해오고 있는 것은 '색다른 수필쓰기'다. 보통 수필이다 하면 생활주변의 신변잡기를 생각하지만 그녀는 수필의 새로움을 찾는 '수필의 테마화'를 늘 고민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그녀의 수필을 각종 수상작에 올려놓기도 하고, 잇단 글 청탁을 부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내 글을 강요하기 보다는 독자 스스로 느끼면서 메시지를 얻기를 바랍니다. 단 한사람에게라도 힘이 되고 위안이 된다면 저의 몫을 다한 것이라 생각해요. 특히 세월호 참사로 가슴 아파하는 사람들이 제 글 한줄, 사진 한 컷에 위안을 받는다면 큰 보람이겠습니다."

그녀는 이번 수필집 '결'과 함께 유·무형의 옛 것에 대한 수필을 모은 수필미학 선집 '전설의 벽'(수필문학사)도 함께 출간했다.

이 책은 수필문학사에서 한국 수필문단의 역량있는 중진 수필가를 선정, 발간한 책으로 그녀의 망새, 궁, 성곽, 옹기, 버선코, 양푼예찬 등 글이 수록돼 있다. / 송창희

333chang@jbnews.com






▶작가 이은희는

'절박하게 살아라'를 좌우명으로 순간 순간 최선을 다하며 살고 있는 그녀는 2004년 동서커피문학상 공모전에서 수필 '검댕이'로 대상을 받으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이후 한국문인협회의 '월간 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현재는 계간 '에세이포레' 편집장, 한국문인협회, 충북수필문학회 주간, 청주문인회, 충북여성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대원 상무이사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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