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칼럼]이화정 충북종합복지센터 센터장

'얘들아, 엄마 보러 올라가자, 올라가자, 올라가자'라고 말했더니 수습하기 힘들던 시신이 거짓말처럼 빠져나오더라는 민간 잠수사의 인터뷰 내용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세월호 침몰 대참사가 벌써 30일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번 참사는 이윤추구를 최대의 가치로 하는 천민자본주의의 결말이었고 원칙도 지침도 없었던 대한민국 정부와 탐욕이 낳은 구조적인 문제가 원인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기득권자들이 사회전체의 이익을 희생시키면서 그토록 고수했던 탐욕은 모든 사람들의 안전과 행복은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인간의 고귀함에 무례하게도 고통을 들이댔다.

정부에 대한 불신은 세월호를 삼켜버린 바다처럼 어둡고 깊어만 가고 있다.

"한국이 넘어야 할 마지막 관문은 사회적 자본을 쌓는 것이고, 사회적 자본은 결국 신뢰"라고 역설했던 현 정부의 수장은 마지막 관문이라던 벽을 더 높고 더 멀리 쌓고 말았다. 사회적 자본이 취약하다는 것이다. '사회적 자본'은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어 한마디로 규정하기 쉽지 않지만 인간과 제도 등에 대한 신뢰가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이 아닌 사회적 관계 속에서 파생되는 자본이다.

그리고 이번 사건으로 정부가 부정부패의 만연, 치안 공백을 여실히 보여줬던 까닭에 신뢰 사회를 만들기에는 무능하고 준비되지 않다는 것이 입증된 꼴이다. 사회적 자본 회복을 위해서는 우선 개인과 정부 간 신뢰 회복이 급선무다. 우리사회는 지금 성장보다는 서로가 신뢰하는 믿음과 실천이 우선돼야 한다. 국민들은 정부에 대한 '공적 신뢰'가 부족할 수 밖에 없는 너무나 크고 많은 사건을 겪었기 때문이다.

사회적 자본은 사회구성원의 삶의 질(quality of life) 즉, 사회복지가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과도 일맥상통한다.

사회자본의 취약함이 재난 대응의 취약함으로, 이는 다시 사회 자본의 축적을 저해하는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

아산정책연구원 여론연구센터인 '아산 데일리 폴' 설문조사 중 직업별 사회기여도 평가 내용을 보면 총 15개 직업에 대해 각각 그 직업 종사자가 우리사회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물어본 결과, 80.6%의 응답자가 농업, 임업, 어업 종사자가 가장 많은 사회적 기여를 한다고 답했다. 가장 낮은 사회기여도를 가진 직업군으로는 정치인과 법조인이었다. 사회기여도 평가에 신뢰도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정치인과 법조인이 가장 낮게 나왔다는 분석결과는 이번 세월호 참사와 연계해서 보면 지극히 당연한 것 일 수밖에 없다. 신뢰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이 사회의 리더이기에 우리는 매일이 불안하고 매순간 불신이 앞서는 환경에서 안전하지 못한 재난과 싸우고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법을 잘 지킬 것이라고 믿을 수 없는 사회,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을 수 없는 사회, 다른 이를 희생시켜서라도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사회, 부자가 부럽지만 존경스럽지는 않은 사회, 21세기에 여전히 빽이 통하는 이런 사회는 원칙도 기본도 사람에 따라 천박한 자본에 따라 달라졌던 불신의 결과물이다.

더욱이 가장 큰 문제는 정부 관료들의 사회문제 처리 능력과 도덕성에 대한 불신이 생기게 되면 이를 단시일 내에 회복하기가 대단히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되돌아보건대, 만약 이런 사태가 또 발생한다면 선장의 지시를 믿고 따를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해본다. 우리 아이에게 기다리라고 하면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고 말해줄 수 있을까?

연이은 전철 사고를 보고 있자니 불신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권력을 쥐고 있거나 권력에 가까운 사람들이 규칙을 위반하고도 처벌받지 않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약속이 부디 지켜지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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