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에, 세상을, 마음을-우민예학 서양미술강좌 진행 강홍구 작가를 만나다

"사과, 인체, 건축, 사진. 4가지 키워드를 통해 서양미술의 역사와 특성을 새롭게 이해하고자 하는 강의입니다. 그를 통해 작게는 미술품의 생산, 소비과정을, 크게는 정치, 경제, 문화적 배경을 이해함으로써 미술에 대한 이해와 삶의 통찰력을 키우고자하는 것이지요."

우민아트센터(관장 이용미)의 우민예학 2014 상반기 강좌 '4가지 키워드로 다시 읽는 서양미술'을 진행하는 강홍구(58) 작가는 디지털사진을 매개로 새로운 시도를 추구하고 있는 작가답게 수강생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는 쌍방향 강의를 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시작된 이번 우민예학은 어느덧 막바지에 와있다. 강 작가는 4가지 강의 키워드 중 '사과'를 통해서는 한 알의 사과가 어떻게 서양미술사에서 공간과 묘사방법의 변화를 이뤘는지, 사물이 작품 속에서 어떻게 변해 왔는지 살펴보았으며, '인체'는 어떻게 변화되었고 어떻게 해석 되어왔는지 풀어냈다. 특히 인체 중에서도 '누드'를 통해 사람들이 어떻게 자기 자신을 재해석해 왔으며, 미술사에 어떤 이미지로 남아있는지를 이야기 했다.

또 '건축'을 통해서는 인간이 건축, 즉 자연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왔는지를 살펴보고자 했다. 그는 인간과 자연이 접점이 건축이며 건축은 하나의 언어처럼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인간이 자연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논리적, 수학적 건축이 탄생했으며, 그 안에 인간의 사상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게 건축이다.

마지막 테마인 '사진'은 우리의 일상 속으로 깊숙이 들어와 있는데도 정작 사진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이번 강의에서는 사진의 등장과 재현의 혁신을 통해 인간의 욕망이 무엇인지 탐구해 보는 시간을 갖고 있다.

"우민예학 수강생들의 열의가 대단합니다. 정곡을 찌르는 예상치 못한 날카로운 질문에 자극을 받을 때도 많습니다. 그만큼 진지하게 강의를 듣는다는 얘기겠죠. 이제 강의를 두번 남겨둔 막바지에 와있어 아쉬움도 있지만, 아쉬울 때 끝내는 게 좋은거겠죠. 하하."


강 작가는 사진을 매개로 한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는 소위 '잘나가는 작가'다. 특히 그가 지난해 재개발의 운명에 놓인 부산 산동네를 찍은 '사람의 집-프로세믹스 부산' 사진전은 "공간을 사람의 시야와 가장 가까운 장면으로 해석해 장소성과 구조,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결과물로 재현해 놓았다"라는 호평을 받았다. 렌즈를 벗어나 원근법을 이해하지 못하면 불가능하다는 그의 독창적인 사진들은 지난해 6월 우민아트센터를 통해 청주지역 관람객들에게 선보이기도 했다.

이와 함께 그는 2001년 '그린벨트', 2002년 '세상이 있는 풍경', 2004년 '황학동', 2009년 '사라지다', 2013년 '서울 산경' 등 도시개발 열풍 속에 소외된 사각지대를 담아 많은 관심을 받고있다.

"사진을 찍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그 장면에 홀려야 합니다. 나의 마음이 움직여야 다른 사람의 마음도 움직일 수 있습니다. 경험적으로 제가 터득한 것은, 사진 자체가 거대한 무의식이라는 겁니다. 사진은 의식한 것 이상을 담습니다. 의도하지 않은 것이 담기는 게 사진입니다."

압축성장만을 고집하는 개발주의에 대한 성찰을 담는 '긴 풍경화 형식의 디지털사진 작업'을 하고 있는 그는 지금 청주, 청원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40대 초반에 EBS 미술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처음 찾았던 청주였는데, 우민아트센터와 이런 저런 인연을 맺으면서 16년 만에 다시 찾게 된 청주를 보며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가 집을 찍는 것은 마을을 이루는 집들이 가지고 있는 건축적 원초성, 즉 공간을 사용하는 방식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겹치고 줄지어선 집들은 겉은 비슷해 보여도 하나 하나 들여다 보면 같은 것이 없다. 대지의 입지조건과 크기, 경제사정, 필요성에 따라 너무나 다양한 모습이다. 한 채의 집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과거가 상상이 간다는 그는 상전벽해의 발전을 보이고 있는 청주와 청원의 모습을 담아 2016년쯤 전시회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청주, 청원의 일반 시가지에는 관심이 없구요, 문의, 오송, 옛 연초제조창, 수암골, 무심천, 미호천 등이 갖고 있는 특별한 모습이 현재 저의 관심 대상입니다. 어떻게 담을까 구상하고 2년간 찍어서 여러분께 선보일 계획입니다."

'죽을 때 후회하지 않게 지금 잘 살자'라는 철학으로 하루 하루를 유쾌하게 산다는 그는 58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는 동안(童顔)과 인생에 대한 모험심, 그리고 소년같은 환한 미소를 가지고 있다. 그런 호기심이 보통 사람들과 다른 생각을 하고 세상을 꿰뚫어보는 통찰력 있는 사진을 탄생시키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1956년 전남 신안에서 태어나 목포교육대학을 졸업하고 6년 동안 섬에서 초등학교 교사생활을 하다가 다시 학생이 되어 홍익대 회화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그의 독특한 이력도 그의 세상에 대한 모험심과 호기심을 대변해 준다.

2006년 올해의 예술가상, 2008년 동강사진예술상 등을 수상했고, 시대를 읽는 그의 작품들은 국립현대미술관, 리움미술관, 우민아트센터, 고은사진미술관 등 여러 곳에 소장돼 있다. / 송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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