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홍양희 충북테크노파크 기업지원단장

19세기 초, 프랑스 경제학자 J.B.세이는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세이의 법칙(Say's law)'을 주창했다. 공급을 위한 생산을 통하여 소득이 발생하고 발생된 소득으로 생산물을 소비하기 때문에, 공급은 자연적으로 수요로 이어져 경제전반에 걸쳐서 공급과잉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학설로서 '판로설'이라고 일컫는다.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수요가 공급에 맞춰 조정되기 때문에 경제는 늘 균형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1929년의 이른바 경제대공황을 기점으로 케인즈는 '세이의 법칙'이 모순이라 지적했다. 수요의 크기가 공급을 결정한다는 유효수요의 원리에 근거한 케인즈이론은 '세이의 법칙'과 정반대 개념으로 현재까지 경제이론과 사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공급관리에서 수요관리로 패러다임이 전환됨으로써 '세이의 법칙'은 현재 비판받고 있는 고전학파 경제학적 논리 중의 하나지만 중소기업육성 측면에서 새롭게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특히, 전문기술 또는 창의적 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중소기업이 돌파구를 찾기 위해 새로운 틈새시장 발굴이라는 비교적 작은 시각으로 접근함에 있어 더욱 유용하다.

2013년 대한민국 1천대 기업의 매출액 규모는 2천338조원이고, 그중 상위 10대 기업이 520조원으로 20%를 차지한 가운데, 삼성전자의 매출액은 158조원으로 1천대 기업 중 약 7%, 100대 기업 중 30%를 차지하고 있다. 그룹별로 보면 삼성그룹 256조원, SK그룹 158조원, 현대자동차그룹 156조원으로 3개 그룹사의 매출액 총합계가 570조원에 달한다. 업종별로는 IT분야 상위 10대 기업 매출액 합계는 275조원이며, 이중 삼성계열사의 매출액은 200조원 규모로서 73%를 차지한다. 반면, 2013년 기준 3천436개 중견기업의 총매출액은 560조원으로, 대기업 상위 10개사의 매출액과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고, 3개 그룹사의 매출액 합계와 같다는 결론이다. 대기업 위주 경제성장정책에 따른 생산경제 구조의 쏠림현상이 그대로 투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이같은 현실은 우리의 시장경제가 방대한 조직과 시스템을 보유한 대기업에 의해 높은 진입장벽이 설정된 과점구조라는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제반 여건이 불비한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공정하게 경쟁하여 돌파할 수 있는 완전 자율경쟁시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 몇몇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이 각자의 시장을 개척하며 확장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나, 대부분 기업들은 하청업체로 전락하여 대기업의 발주에 목 말라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경제적 부를 창출하기 위한 수단이요 도구로 전락할 수밖에 없으며, 기업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제는 중소기업육성 논리에 대한 견해를 전환해야 한다. 대만과 독일 등 소위 산업선진형 국가는 중소기업육성을 위한 정책적 기조를 일관되게 실천하여 대기업이 담당하지 못하는 특정분야에 대하여 중소기업이 진출하여 대기업과 대등하게 경쟁하는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산업구조는 산업의 동반성장 뿐만 아니라 중산층 육성, 고용창출력 강화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일반 생활용품처럼 수요에 따라 공급을 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발명 및 창의적 기술을 통해 공급이 이루어질 경우 수요를 창출하는 '세이의 법칙'이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기술기반 중소기업은 확인된 수요에 편승하여 재화를 공급하는 위험회피(Non-Risk) 공급시스템이 아닌 시장의 잠재수요를 적극적으로 자극하여 신규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도전적인 리스크 공급시스템을 가져야 한다. '세이의 법칙'은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기술기반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측면에서 의미있는 논리이며, 이를 적용시켜'특화된 공급을 통한 신규 수요창출'로 시장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 육성정책이 추진될 필요가 있고, 이는 정부의 국정 아젠다인 창조경제와도 부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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