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몸 특별전 '감응(感應)'

인터랙티브 매체를 활용한 디지털 미디어 작품과 엄격한 전통적 형식을 갖춘 불화의 극단적 만남. 청주시 가경동 스페이스 몸 미술관이 첫번째 특별기획전 '감응(感應)'을 선보이고 있다.

미디어의 활용으로 직접 보고 참여하는 상호작용 체험을 유도하는 김양호 개인전과 전통적 방식과 기법을 사용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불교회화의 정서와 감성으로 반응하게 하는 권지은 개인전의 형식은 매우 다르지만 감각을 통해 반응을 일으키려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제1전시장에서 24일까지 열리는 김양호 개인전은 'SIGNUM'은 현대사회 기술 산업의 급속한 발전은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를 만들어 냈고, 사회 전반에 걸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며 현대 사회에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하게 됨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이번 개인전에서 디지털 미디어를 적극 수용해 기존의 작품과 관객과의 단방향적인 소통관계에서 벗어나 관객이 직접적이고 능동적으로 작품에 개입하는 상호작용성을 보여주고 있다.

언어의 세계에 놓인 문장 부호를 틀로 개념 짓고, 내재된 기능과 외재된 관계를 해체해 그 상징 의미를 재구성한 이번 전시는 이를 위해 문장 부호들을 주변에서 중심으로 이동시키고, 무의미의 영역에서 의미의 영역으로 꺼내 객체가 아닌 주체로서 배치하고 있다. 이미지를 둘러싼 여러가지 정보들의 응축과 증강을 통해 다양한 층들을 병치시키고, 위계를 구성하면서 변이를 발생시켜 현실의 단순한 재현에서 벗어나 내재적인 의미을 보여준다.

즉, 층의 중첩에 의해 발생되는 이미지가 오로지 한 가지의 독립적인 의미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 속에 내포된 의미와 외연된 의미체계를 통합한 해석인 것이다.

복잡한 의미 구조와 의미 체계의 인식을 토대로 제작왼 이런 김 작가의 디지털 이미지는 낯선 풍경을 드러내면서 우리의 지각을 자극한다. 직접적인 표현이 아닌 지체된 인식에 모티브를 두고 작업한 그의 의도는 내면의 깊은 곳의 이미지를 깨우는 데리다(J. Derrida)의 '차연'에 기대어 있다. 이는 중층성과 혼종성의 탐험적인 시도를 통해 기호(signum)와 연결된 의미인 징후, 조짐, 기색, 흔적이 확장돼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하고 새롭게 변화된 의미로서의 인식을 찾기 위한 여정이다.


제2 전시장에서 30일까지 열리는 권지은 개인전에서 보여주는 각양각색의 선중 이미지는 옛 불화에서 종종 보던 익숙한 형상들임에도 불구하고 대중적이고 친근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자유분방하고 흥취마저 더해지는 힘있는 선들을 바탕으로 불화의 정서와 감성을 반응하게 하는 이번 작품들은 불화의 기본 원리를 준수하면서도 직관을 통해 불필요한 부분을 과감히 생략하고 의미있는 부분을 강조하고 있다. 본심을 잃지 않되 편하게 다가서고 마음을 담아 자유로움을 드러내고 있다. 작품의 바탕에 그리기 차원의 조형적인 작화에 그치지 않고 삶의 깨달음을 얻기 위한 수행으로 결합시켜 자유를 구하는 여정과 일치시키고 있다.

불화를 그저 옛 그림, 특정 장르에 머물지 않게 하고, 대중들의 일상 가까이로 다가가는 노력들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 이러한 노력들 자체가 옛 불교회화가 추구했던 본연의 모습이고 역할인지도 모른다.

불교의 가르침이 그렇듯 낯선 타자의 것이라 할지라도 서로 관계하고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가면서 부처의 큰 가르침을 나누려고 하는 것처럼 그녀도 예술가로서의 소명이 결합된 자신의 신실한 깨달음을 많은 이들과 함께 교감하려 하고 있다. / 송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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