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 칼럼] 논설실장·대기자

청주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중장년층에겐 '까치네'라는 지명이 익숙할 것이다. 여름철 천렵을 가거나 학창시절 소풍 가던 장소였기 때문이다. 이곳은 크게 변했지만 옛모습을 아주 잃어버린것은 아니다. 하지만 몇년뒤면 상전벽해(桑田碧海)처럼 변해 먼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이곳에 테크노폴리스라는 복합산업단지가 들어서기 때문이다. '까치내' 너머엔 오창이 있다. 오창은 옛날부터 '단양군수'보다 더 좋은자리가 '오창면장'이라는 말이 나올만큼 비옥한 곡창지대였다. 불과 20여년전만해도 시골풍경을 온전히 간직하고 있었다. 그러나 요즘 오창은 오송과 더불어 IT^BT첨단산업의 전진기지이자 충북의 성장엔진이다.

그곳이 6·4지방선거의 이슈가 되고 있다. '발암물질'때문이다. 청주권에 '디클로로메탄(DCM)'이라고 불리는 발암물질이 대량 배출됐다는 것은 새삼스런 얘기는 아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해 4월 2011년 전국 화학물질 배출량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충북의 발암물질 배출량이 전국 16개 시·도중 가장 높다고 밝힌바 있다. 충북은 전체 발암물질 배출량의 39.3%를 차지했다. 진원지인 오창산단은 굴뚝없는 공단이다. 8천500세대의 아파트단지와 호수공원을 중심으로 공단이 조성돼 쾌적한 분위기다.

하지만 이곳을 중심으로 반경 4km이내에 세개의 폴리에틸렌 필름 생산 공장이 있다. 당연히 발암물질의 일종인 DCM을 배출한다. 이들 공장에서 배출한 DCM양이 전국 발암물질 배출량의 35.2%를 차지한다고 한다. 청주·청원이 발암물질 배출 3년연속 전국 1위, 불산배출 1위, 1급발암물질 미세먼지 농도 1위, 충북 호흡기 질환 사망률 4년연속 전국 1위라는 불명예를 쓴것은 이같은 배경때문이다. 어찌보면 보이는 재난보다 보이지 않는 공해가 더 무서울수가 있다. 그 심각성을 금방 체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청주시민인 나도 솔직히 불안하다.

환경재앙은 성장의 그늘이다. 기업유치는 모든 자치단체장이 추구하는 목표다. 산업단지 조성으로 도시가 바뀐 사례는 많다. 삼성그룹계열사가 입주해있는 아산탕정산업단지때문에 천안과 아산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이때문에 자치단체장은 기업유치를 최대의 치적으로 꼽는 경우가 많다. 오창·오송단지, 충주기업도시, 진천·음성혁신도시가 있는 충북도 예외는 아니다.

문제는 기업유치도 옥석(玉石)을 가려야 한다는 점이다. 발암물질 배출업체가 그런경우다. 이때문에 요즘 충북지사에 출마한 새누리당 윤진식 후보와 새정치민주연합 이시종 후보가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이들 공해업체 유치 시점을 놓고 가시돋힌 설전이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책임공방에 주민들은 실망스러워 한다. 이 후보가 재임중 공장증설과 관련있다면 소명하고 대안을 제시하는게 옳다. 윤 후보도 마찬가지다. 소모전을 지켜보면서 '손가락은 달을 가르키는데 사람들은 손만 본다'는 부처의 고사가 생각난다.

선진국은 공해업체를 기피한다. 건축자재로 가장 흔히 쓰는 석면을 생산하는 '니치아스'라는 회사가 있다. 일본에서 석면피해가 물의를 일으키면서 부산으로 이전해 22년간 가동했다. 지금은 인도네시아로 옮겼다. 석면산업은 공해산업이라 공장이 가동하면 피해가 반드시 발생한다. 석면관련 질병의 특성이 20여년의 잠복기를 거친 후 나타나기 때문에 보통 20년 가동하다가 환자가 발생하기 전에 후진국으로 이전하는 수법을 쓴다. 발암물질 배출업체가 가동하고 있는 통합청주시의 10년이후를 생각해 보길 바란다.

도지사와 통합시장 후보들의 캐치플레이스는 '서민들의 로망'이 그대로 담겨있다. '행복'과 '삶의 질 향상'이다. 하지만 정말 그렇게 될까. 기업이 몰리면 공해를 수반한다. 이율배반적이다. 그렇다고 한쪽만 선택할 수 없다. 경제성장과 친환경이 공존해야 한다. 울산시 사례는 정답은 아니지만 대안을 제시해준다. 울산 태화강은 산업화와 인구급증으로 공장폐수와 생활하수가 쏟아지면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는 등 '죽음의 강'이 됐다. 하지만 공해도시라는 이미지를 벗기위해 지자체, 시민, 학계가 함께 참여해 '태화강살리기 프로젝트'를 추진해 태화강은 시민들이 수영을 하고 바지락을 채취할 수 있는 '생명의 강'으로 바뀌면서 울산은 국제적인 친환경도시가 됐다. 지방선거 후보들이 '삶의 질'에 포인트를 맞추고 싶다면 정답은 나와있다. 숨쉬는것 조차 불안하다면 '삶의 질'은 공허한 구호가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