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진단] 이민우 사회부장

지난 4월 세월호 참사에 이어 5월 구원파 유병언 도주 사건과 6·4지방선거로 인해 전국이 뒤숭숭하다.

6월은 호국 보훈의 달이다. 1일 의병의 날을 시작으로 6일 현충일, 10일 민주항쟁기념일, 25일 6·25전쟁일이 있다.

오늘날 우리가 밟고 있는 이 땅이 존립할 수 있었던 것도 호국용사의 희생과 남아 있는 그 가족들의 아픔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사실은 잊고 사는 것 같다.

꽃다운 나이에 남편을 잃고 50년 이상을 홀로 살아 온 전쟁미망인과 전쟁의 상처를 안고 수십 년을 살아 온 상이군경들, 나라에 바친 자식을 가슴에 묻고 외롭게 살아 온 전몰군경 부모,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살아 온 유자녀들을 우리는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그분들이 있기에 지금 나의 삶과 행복이 온전하다는 것을 가슴에 새겨야 한다.

해마다 이쯤만 되면 각계각층에서 보훈가족에 대한 위로 격려행사가 치러지고 있다.

자칫 이런 행사들이 형식적으로 이뤄진다면 그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 국가보훈처도 2014년 호국보훈의 달 슬로건을 '희생으로 지켜온 우리 조국, 함께 만들어야 할 통일 한국'으로 정하고 국가유공자의 희생과 공헌이 헛되지 않도록 국민이 나라사랑 정신과 호국정신을 중심으로 하나돼 세월호 참사로 인한 국가적 어려움을 이겨내는데 기여하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6월에 이어 7월 27일 정전협정 및 UN군 참전 기념일까지 다양한 행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수십 년간 국가유공자와 유가족들의 가슴속에 자리 잡고 있는 한이 6월 한 달 동안의 반짝 관심만으로 풀어질 수는 없는 일이다.

형식적이고 일과성에 그치는 행사보다는 늘 가까이에서 함께하면서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오랜 세월 전쟁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국가유공자와 그 유가족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작은 관심이라도 보이는 것은 국민 된 도리일 것이다. 또한 이달에는 4년마다 개최되는 월드컵이 열리는 달이다.

우리나라도 본선 진출해 해외원정 처음으로 8강전 진입을 위해 투지를 불태우고 있으며, 조 예선 3경기가 예정돼 있다. 그래서 자칫 호국보훈의 달의 의미와 추모 분위기가 월드컵 축제 분위기로 퇴색되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월드컵과 호국보훈의 달을 묶어주는 매개체는 태극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자녀와 친구들과 함께 태극기를 들고 태극전사들의 선전을 응원하는 것과 각 가정에서 현충일에 게양하는 태극기는 의미가 다르지만 나라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순국선열과 호국영령, 민주화 유공자 그리고 온 국민의 땀과 정성으로 숨가쁘게 달려와 이제 선진국의 문턱에 선 우리나라는 일본의 극우화와 북한의 끊임없는 위협과 도발, 세월호 참사로 인한 국민 분열 등의 대내외적 여러 가지 도전과 시련에 직면해 있다.

지금이야말로 국내외 국가유공자의 희생과 공헌을 바탕으로 이룩된 대한민국이 나라사랑 정신으로 하나로 뭉쳐 이 위기를 또 다른 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할 때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다시 한번 오늘의 자유민주국가를 있게 한 선열들에게 감사하며 이 시대를 살아야 한다. 그래서 순국 선열들의 위국헌신정신에 조금이나마 보답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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